분쟁 조장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 ④

"비상식적 결정에 사학 운명 맡겨선 곤란"

2015-02-12 00:00:01 게재

2기 사분위 출범 후 반복적으로 문제 야기 … 자문기구로 권한 축소

사분위 역할 조정 추진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관련,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이 무엇인가.

현행 사립학교법 제24조의2에 규정되어 있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분규사학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대신 사학을 지도·감독해야할 관할청은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분위의 명칭을 '사학정상화자문위원회'로 변경하고, 교육부 장관 또는 시·도교육감 소속으로 설치해 학교법인의 정상화에 관한 자문기구로 권한을 축소시키고자 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또 임시이사 체제를 해소하고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할청이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 등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그동안 사분위 심의 결과가 관할청을 기속해왔던 문제점도 해소하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사학 운영을 위한 관할청의 책무성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사진 유은혜 의원실 재공


■사분위에 이런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법인 이사회는 교직원의 임면을 비롯해 학교경영에 관한 중요사항 등 핵심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이사회가 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성을 무시한 채 마음대로 학교를 운영할 수는 없다. 학교법인이 이처럼 일탈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관할청'이다.

그런데 분규가 발생한 사립학교를 지도·감독, 나아가 정상화할 수 있는 권한이 사실상 사분위에 집중되다보니 관할청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제대로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사학분쟁에 대한 명확한 책임주체가 없다보니 사학분쟁은 악화일로로 치닫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까지의 사분위 활동을 평가한다면.

"사학분쟁을 '조정'하라고 설치했더니 오히려 사학분쟁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워낙 민감한 문제를 다루다보니 이런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2기 사분위가 출범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이런 비판이 제기되었고, 지금까지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적어도 사분위 출범 전에는 심각한 비리와 전횡을 통해 분쟁을 촉발한 당사자들이 다시 해당 사립학교나 학교법인에 복귀하는 일은 지극히 어려웠다. 갈등과 분쟁을 겪었지만 임시이사 체제 기간 동안 사립학교 구성원들 중심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발전을 거듭해온 많은 학교들에 사분위가 비리·전횡 당사자들을 복귀시켜줌에 따라 다시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사분위 활동을 성공적으로 평가할 순 없다. 실패한 제도는 폐기하고 종전으로 되돌리는 방안이라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사분위원, 특히 변호사 출신 위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었다. 사분위원 시절 심의했던 대학의 구재단이나 이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을 본인 또는 소속 로펌에서 대리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심지어 학교법인을 대리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한 소송을 진행했던 변호사가 사분위원에 선임되기도 했다. 임기 중에도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한 소송대리인으로서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작성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마치 심판을 보던 자가 옷을 바꿔입고 선수로 뛰거나, 선수로 뛰던 자가 심판을 보는 경우와 같다. 그 심판이 공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힘들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법안에 따르면 사분위는 자문기구로 역할이 조정된다. 이후 분쟁 조정의 주체는 어디가 되는가.

2007년 12월 현재의 사분위가 출범하기 전에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있었지만 자문기구의 역할을 수행했다. 현재 사분위 출범 이전으로 돌아가 사립학교와 학교법인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관할청이 분쟁 조정을 주도하자는 것이다.

■과거 관료들의 사학분쟁 조정 결과도 사분위에 못지않게 비판을 많이 받았다. 교육부를 신뢰할 수 있나.

물론 과거에도 관할청이 비리와 전횡을 통해 분쟁을 촉발한 학교법인 관계자를 비호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비난을 받았던 전례가 있다. 적어도 관할청의 책임은 명확하게 따져 묻고 시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지금과 다르다. 현재는 어처구니없는 사학분쟁 조정 결과에 대해 교육부는 "사분위 결정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사분위 뒤에 숨고 있다. 사분위는 교육부 장관 소속이기는 하지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구조다. 관할청을 신뢰하느냐 여부를 따지기 전에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

■사분위는 당초 참여정부 때 탄생한 조직이다. 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은데.

야당이라고 해서 책임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다만 그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16대 국회에서 본격화된 사학의 지배구조 개선 추진은 17대 국회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1년 반 가량의 진통을 거듭한 끝에 2005년 12월 사립학교법을 개정했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국회 등원을 거부하며 장외 투쟁을 지속했다. 결국 2007년 7월 사립학교법이 재개정되었다. 이때 주요 쟁점은 개방이사 추천 방식 등에 집중되었다. 당시 야당이 제안하고 여당 일각에서 받아들여 재개정안에 포함된 사분위 설치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개방이사 제도는 현실적인 한계로 사학개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도 못하고 있지만 오히려 학교 구성원들이 피땀으로 이뤄낸 사학민주화는 사분위로 인해 총체적인 후퇴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사분위 설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있었지만 사학법 재개정 자체에 대한 논란에 묻혀버리고 말았던 측면이 있다.

■사학분쟁 특히 임시이사 파견 대학의 정이사 전환 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구성원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것 아닌가.

정치와 사회 각 영역에서의 민주화 추진은 '사학의 자율성' 역시 건전한 민주주의의 원리 안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사립학교 안팎에서 커질 수밖에 없도록 했다. 사학분쟁 역시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인식해온 그릇된 관행을 타파하고 비리와 전횡을 묵인하지 않는 구성원들의 용기와 양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립학교를 구성하는 요체는 교지나 건물 그리고 모호한 건학이념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분위는 구성원들의 의견보다 퇴출된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 결과 사학의 실질적인 운영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과 국민들이 낸 세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시되고 있다. 사학의 재산 축적이 순수하게 설립자의 재정 기여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사유재산처럼 인식하는 한 부정과 비리는 중단되지 않는다. 감시와 견제를 거부한 채 기업보다도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유지되고 승계되는 것을 계속 용인한다면 우리 교육은 물론 국가의 미래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사분위의 결정에 더 이상 사학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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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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