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조장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 ⑤

헌재 "법인 정체성은 정관이 보장"

2015-02-23 13:28:18 게재

사학법 위헌 소원서 … '구재단 옹호 사분위 논리는 부당' 취지

헌법재판소가 잇따라 사학 비리 등으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법인의 구재단에게 과반수 이상의 정이사 추천권을 주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정상화 심의원칙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교육부와 사분위는 아직도 헌재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사립학교의 정체성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재단측에 정이사 추천권 과반수 이상을 줘야 한다는 사분위 논리가 옳지 않다는취지의 결정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사진은 2010년 사분위가 구재단에 정이사 추천권을 내주자 학교 구성원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는 장면. 사진 상지대 공대위 제공


교육계에 따르면 사분위는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의 정이사를 선임할 때 적용하는 이른바 '정상화 심의원칙'(심의원칙)을 마련했다. 심의원칙의 골자는 종전이사(구재단)들에게 최소한의 학교 운영권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2013년 11월 사립학교법 제24조의2 제1항 등 위헌소원(2009헌바206) 결정문에서 "학교법인은 설립자가 재산을 출연하고 설립 목적이 명시된 정관을 작성함으로써 설립자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게 된다"며 "학교법인의 권리능력은 설립 목적을 정하고 있는 정관에 의해 그 범위가 확정되며 법인의 이사는 정관으로 화체된 설립 목적을 집행하고 실현한다"고 적시했다.

이어 현재는 "법인의 의사를 형성하거나 그 업무를 집행하기 위해 조직된 인위적 기관인 이사는 법에 의해 그의 행위가 법인의 행위로 간주될 뿐"이라며 "법인이 갖는 권리능력의 정당성은 이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설립 목적이 담겨 있는 정관에 의해 담보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특히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의 영속성도 설립자로부터 이어지는 이사의 인적 연속성보다는 '위임관계의 본지(本旨)'라 할 수 있는 정관에 의하여 보장된다"며 "인적 연관성은 개인의 특성이나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설립 목적과의 긴밀성이 희석될 개연성이 있는 반면 정관을 매개로 한 기능적 연관성은 이에 구애받지 않고 면면히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헌재의 이같은 결정은 인적 연속성을 강조하며 사립학교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재단측에 정이사 추천권 과반수 이상을 줘야 한다는 사분위 논리가 옳지 않다는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판결 이후에도 사분위와 이를 설치·운영하고 있는 교육부는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분위는 현재도 정상화 절차에 기존 심의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또 회의록 초본을 폐기하고 결정 요지만을 공개하고 있다. 대학과 관련한 사분위 결정에 대해 유일하게 재심을 요청할 수 있는 교육부는 단 한 번도 재심 요청을 하지 않았다. 재심 요청을 하더라도 사분위 재심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교육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국회에서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사분위와 교육부는 '준사법기관'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헌재는 이같은 논리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결정도 내렸다.

또 다른 사립학교법 제24조의2 제1항 등 위헌소원(2010헌바292)에서 헌재는 "사분위 운영규정이 심의사항에 분쟁의 양 당사자를 상정하지 않고, 심의절차와 관련해 대심적 심리구조를 전제하지 않았다"며 "특히 사분위 의결 자체의 효력에 대해서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음을 고려할 때 조정위원회는 사법기관 또는 준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 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정대화 공동대표는 "사분위 심의원칙은 비리로 퇴출된 구재단에 학교 운영권을 되돌려주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를 폐기하고 헌재 판결의 취지에 맞춰 심의원칙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사분위가 잘못된 근거로 마련한 심의원칙으로 결정했던 부당한 정이사 선임 결정들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재심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지대는 사분위 심의원칙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당초 사분위는 구재단측에 이사 9명 중 5명의 추천권을 내주기로 했다. 이에 학내 구성원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사분위는 2010년 8월 구재단측에 4명의 정이사 추천권을 내주고, 교육부가 추천하는 임시이사 한 명을 선임했다.

그러나 사분위는 2014년 학내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임시이사를 대신할 정이사 한 명에 대한 추천권을 구재단에 내줬다. 결국 이사회를 완전 장악한 구재단측 이사들이 김문기씨를 총장에 선임했고, 상지대는 사실상 분규상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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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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