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미국 대사 피습, 후송 치료

2015-03-05 13:34:23 게재

김기종씨 "한미군사훈련 반대" 흉기 휘둘러 … 박 대통령 "총리실 중심 철저 대처" 지시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가 괴한의 공격으로 얼굴 등에 큰 부상을 입었다.

피의자는 현장에서 검거됐으며 한미 군사훈련에 반대하는 재야 1인 시민단체 대표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화협 행사장서 괴한에 공격당한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피를 흘리며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경찰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5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 장소에서 강의를 앞두고 있던 중 김기종(55)씨로부터 길이 25cm 가량의 과도로 오른쪽 턱과 왼쪽 손목 부위를 공격당했다.

김씨는 재야 문화운동 1인 단체인 '우리마당' 을 꾸리고 있다.

사건현장을 목격한 한 참석자는 "강의 직전 조찬이 나올 무렵 러퍼트 대사가 관계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이상한 사람이 뛰어들어와 대사를 밀어 눕히고 수 차례 공격했다"며 "출혈이 심했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순찰차를 타고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져 긴급치료를 받은 후 다시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다른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리퍼트 대사가 앉아있던 헤드테이블 오른쪽 뒤편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범행 직전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참석자에게 "받으라"며 유인물을 한 움큼 건냈다.

범행 직후 다른 참석자들에 의해 제압돼 있다가 경찰에 체포된 김씨는 이 과정에서 저항이 극심해 사지가 들려 나갔으며 오른쪽 발목이 골절됐다. 현재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이름을 밝혔다. 당시 김씨는 "유인물을 나눠달라. 지난 3월 2일에 훈련 반대하면서 만든 유인물이다. 한일관계 다리가 날아갔어. 전쟁훈련하면 우리나라 통일 영원히 안 된다"며 몸부림을 쳤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경찰청 내부규정에 따르면 주한 외국대사는 경호 및 경비대상이 아니라 외사경찰 1명만 수행통역 요원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경호요청을 할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윤명성 종로경찰서 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리퍼트 대사 측으로부터 경비요청을 받지 않았지만 만일에 대비해 기동대 25명, 정보관 2명, 외사직원 1명을 투입해 행사장 안팎을 경비하고 있었다"며 "경호대상이 아니다보니 행사장 출입자들의 흉기소지 여부를 검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일 밤(현지시간) 아랍에미레이트(UAE)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새벽 국내에서 벌어진 리퍼트 미 대사 피습 사건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 중이다. 박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5일 새벽 2시 40분경(한국시간 오전 7시 40분경)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을 국내로부터 보고받고 총리실을 중심으로 철저히 대처해 나갈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머물던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이 현지(UAE)에서 사건을 보고받았다"며 "총리실이 중심이 돼 관련대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사건이 벌어진 뒤 상당시간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아 늑장대응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에서 사고 소식이 언론을 통해 속보로 전해진 이후 3시간이 지나도록 UAE를 순방 중인 청와대로부터는 아무런 공식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 청와대 참모진은 사고 직후 연락이 닿지 않거나 휴대전화를 아예 꺼놓은 것으로 드러나 "기강이 해이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관련기사]
-피의자 김씨, 평소 "전쟁 연습 반대" 시위
- 정치권, 미국대사 습격사건 '테러' 규정
- 대사 피습에 한미관계 악영향 우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