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소기업 적합업종인가│①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공동구매·상품개발로 … 동네수퍼 지원한다

2015-12-24 10:14:05 게재

대기업 구매파워 활용,상품 가격경쟁력 갖춰

대·중소기업간 합리적 역할 분담을 통한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2010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도입이 결정됐다. 2011년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품목 선정을 시작으로 2012년 생계형 서비스업, 2013년 생활밀착형 서비스업, 2014년 사업지원형 및 지식기반형 서비스업으로 적합업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일부의 반발에도 중소기업의 안정된 사업활동 기회 보장과 경영안정을 통한 고용창출, 대중소기업간 균형발전 도모 등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내일신문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통해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 현장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전국적으로 매년 3000여개의 골목 수퍼마켓이 폐업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슈퍼수퍼마켓) 등 재벌 대기업 유통망이 골목시장 영역까지 침범했기 때문이다. 골목 가게들은 상품 가격과 다양한 상품 구성,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대기업 유통망과의 경쟁에서 뒤쳐졌다.

골목상권 몰락은 이곳에 상품을 공급(도매)하던 체인사업자(중소유통업체)에게도 위기를 몰고 왔다. 상품 공급점 감소로 경영이 악화되자 매년 3~4개의 체인사업자가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이 지난달 11일 적합업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워크숍을 열고 있다. 사진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제공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이사장 권영길)이 해결사로 나섰다.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은 공산품 제조사들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아 전국에 있는 약 4만개 동네 수퍼마켓에 필요한 상품을 한꺼번에 공급해 주는 기능을 하는 종합유통대리점 단체로 조합원수는 86개사다.

체인사업조합은 '골목 수퍼 활성화'를 통한 체인사업체 경영위기 극복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체인사업조합은 우선 대기업의 높은 구매력을 활용했다. 동네 수퍼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업과 상생협력을 취한 것이다. 대기업 제조업체(농심, CJ 등)들은 자사 대리점 보호 정책으로 잘 팔리는 상품은 체인사업자들에게 판매하지 않거나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 체인사업조합은 대기업 유통업체(롯데쇼핑, 홈플러스 등)와 협력해 필요 상품을 공동구매했다.

중소유통업체들은 대형마트와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가격으로 구매해 동네 수퍼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동네 수퍼도 다양한 상품을 대형마트와 비슷한 가격에 팔수 있어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체인사업조합은 중소 유통업체들이 언제 어디에서나 공동구매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웹과 모바일시스템을 구축했다.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진행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경쟁력 강화사업' 덕분이다. 이 사업 목표는 중소유통업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구매몰(www.ethankq.com) 구축 및 공동구매 상품개발이다.

정부가 3825만원 출연하고, 체인사업자 78개사가 1150만원을 부담했다. 공공구매몰에서는 동네 수퍼에서 취급하는 1만2000여개의 공산품 및 잡화를 취급하고 있다. 현재 4만여개 수퍼마켓이 이용하고 있다.

지역 공동구매 상품 10종과 전략(안주류) 상품 40종도 개발을 완료했다. 개별적으로 구매(라면 생수 밀가루 종이컵 지역특산물 등)하던 상품을 지역별 상품공급업체를 통해 공동구매할 수 있게 됐다.

중소유통업체 주력 상품인 주류(맥주 소주 등)와 연관된 안주류 상품(육가공식품 조미건어포루 건어포루 견과류 등)을 전략 상품으로 개발했다. 전략 상품의 경우 시중 유통 대리점의 소매점 공급 가격보다 7.2% 저렴하고, 대기업 유통사 소매점 공급가격보다 2.65% 가량 저렴하다.

권영길 이사장은 "골목 수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 유통사들의 구매력을 이용해 상품을 공급 받아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우리 협동조합의 물류·영업조직망을 이용한 일괄 배송시스템까지 마련했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대기업이 진심으로 상생협력에 나선다면 많은 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서 "적합업종이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갖추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체인사업조합은 적합업종 제도 도입 이전인 2006년부터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조합공동브랜드 '생큐25'(ThankQ mart) 사업 확대를 통해 전국 독립수퍼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조직화하고 있다.

['왜 중소기업 적합업종인가' 연재기사]
- ①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공동구매·상품개발로 … 동네수퍼 지원한다 2015-12-24
- ② 노시청 필룩스 대표│ "적합업종 3년은 새로운 시장 준비기간" 2015-12-28
- ③ 한국자동차부품재제조협회│공동브랜드 개발, 품질인증까지 2016-01-11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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