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자유학기제'를 찾아서│④ 경기도

"학생 눈높이 맞춰 교육과정 다시 개발"

2016-08-03 11:25:40 게재

'자유학기제 현장체험학습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학부모, '놀고 먹기'에서 아이 재능 발견에 만족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육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련법을 제정하고 진로교육, 체험처 확보,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성공 여부는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학교 교장, 교사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운영하는가에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공신화를 창조한 교사들이 전하는 "선생님, 자유학기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를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영통중학교 학생들이 명언명시 골든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영통중학교 제공


지난해 경기도 전체 중학교 91.1%가 '자유학기'를 희망했다. 중학교 606개 중 연구학교 6곳, 희망학교 546곳 등 총 552개 학교가 '자유학기제'를 운영했다.

자유학기 업무를 맡은 김강아 경기도교육청 교육정책과 장학사는 "자유학기제는 획일화된 인간형을 만드는 교육에서 벗어나 각자 자신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선택하고 소질을 계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재구성, 자유학기 취지 살려= 경기도 교육청은 자유학기제 취지를 교육과정 변화에 맞췄다. 학교실정과 학생 눈높이에 맞춰 창의적이고 특색있게 꾸몄다.

지난해 자유학기 희망학교였던 경기 수원 영통중학교는 수년 전부터 교과수업 혁신을 진행한 학교다. 영통중은 '역량중심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IS3C 키우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수업모델은 '제1회 자유학기 실천사례 연구대회' 학교교육과정 분과에서 입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IS3C란 학교가 교교육과정의 목표로 설정한 자주성(Initiative), 발표력(Speech), 협업능력(Collaboration),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문화적 소양능력(Cultural competence) 등 5가지 핵심역량을 뜻한다.

영통중학교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활동으로 진행한 신문읽기 융합수업. 사진 이의종

수업은 대체로 2~3시간 이어지는 통합수업으로 모둠별 조사활동, 역사 찬반 토론수업, 명언·명시 도전 골든 벨, 독도 영유권 분쟁 프레젠테이션, 청계천 교과융합체험학습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했다.

정세훈 영통중학교 교장은 "실험과 실습, 토론, 프로젝트 등 활동수업 중심의 교과와 다양한 자유학기 활동으로 핵심역량(IS3C)을 강화했다"며 "교사들은 자유학기 수업을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평가계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역량을 키웠다"고 밝혔다.

경기 의왕부곡중학교를 비롯해 미사강변중학교, 백마중학교, 봉일천중학교, 비룡중학교, 진접중학교 등도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맞춰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자유학기제를 운영한 경기지역 대부분 중학교는 '행복한 수업'이라고 평가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의 수업과 평가활동을 통해 학교생활 만족도를 높였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아이들은 토론과 발표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창의적 체험을 통해 미래 진로를 꿈꿨다.

윤선희 송운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은 지필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행복해한다"며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자유학기가 아이들의 꿈과 끼를 찾는 소중한 기회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자유학기 운영 만족도 조사 결과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자유학기를 경험한 학교는 일반학교보다 학생 수업 참여, 학교생활 행복감, 학교 구성원 간 관계 등에서 훨씬 만족도가 높다고 답했다.

눈에 띠는 변화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학기제 시행 초기 '놀고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대학입시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안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손영주(용인 구성중 45)씨는 "지필고사가 없으니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다양한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가 미술 분야에 재능과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성취동기가 오르면서 교과 성적도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자유학기제를 교사들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로 삼았다. 새로운 수업 기법과 다양한 학습 자료를 개발하거나 교사 간 융합수업 성과를 만들어냈다.

김윤정 수원 영통중학교 김윤정 교사는 "자유학기에는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 융합이나 실생활 연계, 프로젝트 수업을 활성화하기 좋은 여건"이라며 "모둠별 프로젝트 수업과 다양한 교과 융합의 활동중심 수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 평가도 점수가 아니라 수업 과정과 성실성, 수업참여도, 협동심 중심으로 진행해 객관성과 신뢰구축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체험처 발굴·인식 개선 등 숙제 남아 = 경기도는 자유학기제 지원을 조례로 묶었다. 지난 6월 경기도의회는 '경기도 교육청 자유학기제 및 현장체험학습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현장체험학습 지원을 통해 학교 밖 학습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다.

조례에는 교육감이 자유학기제와 현장체험학습 지원을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각 학교에 운영 매뉴얼 등 관련 자료를 개발·보급하도록 규정했다. 경기도지사 등 관계기관 장과 협력체계구축과 퇴직자 등 자원봉사인력풀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경기도교육청 김혜리 교육과정정책과 장학사는 "자유학기제 운영과정에서 현장체험이나 체험처 섭외 고충을 토로하는 교사가 많다"며 "교육청이 관계기관과 지원협력 체계를 구축해 일선 교사들의 고충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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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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