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집어삼킨 '노동개혁' ②

성과연봉제 도입도 '제동' 걸렸다

2016-11-18 11:16:25 게재

정부 장담, 힘 안 실려

노동계 '하야투쟁'으로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되면서 정부의 노동개혁의 하나로 밀어붙였던 공공·금융기관의 성과연봉제 확산에도 제동이 걸렸다. 더구나 성과연봉제 도입의 선봉장이었던 임종률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실무적으로 챙기는 사람도 없어졌다.

장기파업 책임 철도공사 규탄│민주노총 관계자 등이 8일 대전 코레일 본사 앞에서 홍순만 코레일 사장 규탄대회를 성과연봉제 추진 철폐와 성실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1월 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등은 공공·금융기관을 개혁한다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다. 노동개혁이 박근혜정부 4년차 중요한 개혁과제로 떠오르면서 공공·금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을 중요한 목표로 선정한 것이다.

5개월도 안 돼 목표 120곳 완료 = 정부는 공기업에 6월까지, 준정부기관에는 올해 말까지 도입기한을 정하고, 도입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거나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며 공공·금융 부문 경영진을 옥좼다. 정부는 5개월도 채 안된 6월 10일 공기업 30개, 준정부기관 90개 등 목표 대상 120곳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노동조합의 완강하게 반대에 부딪힌 52개 기관은 노사합의 절차까지 무시하며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도입을 의결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금융권의 단체협약 등 노사간 협의사항은 34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 사이에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결정해왔지만, 금융위가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자 22개 금융기관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개별노조와 협상을 추진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금융노조가 2년 만에 총파업을 벌였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공공부문 노조가 연쇄파업에 돌입했다. 철도파업이 사상 최장기록을 갱신한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가 7일부터 3일간 집중교섭을 벌였으나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결렬됐다.

18일 현재 파업 53일째를 맞이한 코레일 노사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정부가 무력화되면서 공권력을 동원한 철도파업 종식도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정부가 가시적 정책변화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서울시와 서울대병원이 노사합의를 전제조건으로 한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하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던 정부의 힘이 빠진 상태"라면서 "철도노조파업은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없어 변화된 정국을 반영할 정책적 판단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 대변인은 "박근혜정부가 식물정권이 되면서 성과연봉제를 내년부터 실효성 있게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최근 이사회의 일방적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52곳 공공기관 노조들은 법정투쟁에 나섰다. 이들 노조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도입하기로 한 성과연봉제가 무효임을 구하는 본안 소송과 본안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도입을 유보해달라는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선 성과연봉제 도입이 무효화될 수도 있다.

임종률 경제부총리 내정 표류 가속 = 노동계는 '박 대통령이 재벌과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데다 임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에 내정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노조의 경우 11월로 예정된 2차 총파업을 연기하고 '박근혜 퇴진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박 대통령 퇴진' 정국에서 임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임 내정자와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와 불편한 공존이 이어지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임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권 성과주의 확산"을 강조했지만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이후 민간은행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한 민간은행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노조와 협의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추진하긴 어렵다"며 "정부의 정책동력이 떨어진 상태라 협의기간이 장기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박근혜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성과연봉제는 실제 효과는 내지도 못하고, 공공부문의 노사·노정관계만 파탄시켰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성과연봉제 추진은 결국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하고 1년 내내 갈등만 만든 꼴이 됐다"며 "앞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적 대화나 합의는 불가능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경영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도 "정부가 나서 추진하는 것까진 좋았다"면서도 "각 기관의 사정이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너무 획일적으로 밀어붙여 노사간 자율적 대화를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성과연봉제가 예정대로 시행되도록 각 기관들을 독려하고 있다"며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 도입을 독려하던 박 대통령마저 '하야' 압력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예정대로 시행' 장담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집어삼킨 '노동개혁'' 연재기사]
① 노동4법 국회통과 아예 물 건너갔다 2016-11-17
② 성과연봉제 도입도 '제동' 걸렸다2016-11-18
③ 노조 스스로 못 바꾸면 개혁대상 될 것 2016-11-22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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