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리포트 │쏟아지는 대선지지율 조사 어떻게 읽을까

지표 큰 의미 두지말아야, 추세는 유효

2017-02-14 11:09:19 게재

4·13총선·미 대선에서 조사결과 뒤집혀 … "대선후보 10여명, 흐름만 참고하면 돼"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들이 수많은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를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안희정 충남도지사,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 안철수 전 대표 등이 뒤를 잇고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전 원내대표, 손학규 전 대표 등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도로에 놓인 '탄핵 인용' 촛불│지난 11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시국집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 인용'이란 글귀를 촛불로 만들어 놓았다. 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변동이 생기기도 했다. 안 지사와 황 대행의 지지율이 소폭 올라갔다. 이 또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보여지듯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문재인 전 대표의 '낙승'을 예상할 수 있을까? 나머지 주자들은 이쯤에서 접는 게 상책일까.

선거의 역사에서 유권자는 초반 선두주자를 반드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넘어야 할 변수와 산이 많다.

무엇보다 여론조사가 갖는 구조적인 한계가 적지 않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우리나라 20대 총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는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언론의 보도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클린턴),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 여당의 압도적 승리를 예측했다. 선거 개표 직전까지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여론조사를 참고하되 맹신할 필요는 없다는 경고다.

여론조사는 곳곳에 함정이 있다.

갤럽이 지난 2월 7~9일까지 조사해 10일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조사를 예로 들어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조사대상자(표본수)와 오차범위다. 1003명에게 질문했고 오차범위는 ±3.1%p다. 600명이면 ±4.0%p로 넓어지고 1200명이면 ±2.8%p로 줄어든다. 전국단위 표본이 1000명 정도면 신뢰할 만하다.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격차가 6.2%p를 넘어야 의미있게 해석할 수 있다. 10%의 지지율과 16.2%의 지지율은 순서를 매기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 다음엔 조사방식을 봐야 한다. 갤럽은 보유하고 있는 표본 중에서 무작위로 골라 휴대전화를 걸었다. 휴대전화로 접근하기 어려운 여성, 고령층 15% 정도에 대해서는 무작위로 집전화를 걸어 보완했다. 휴대전화가 매우 일상화돼 있고 집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주부, 고령층일 가능성이 높아 집전화만으로는 제대로된 여론을 읽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고 최근엔 휴대전화만으로 조사하거나 휴대전화와 집전화를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응답률은 20%였다. 5023명에게 전화를 걸어 이중 1007명이 응답을 했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으면 기계음으로 전화설문조사에 들어가는 ARS방식의 응답률은 한자릿수다. 누가 응답하지 않으려 했을까도 중요한 연구과제다. 전체 지지율과 함께 많이 보는 게 지역별, 연령별 지지율이다. 문제는 지역, 연령, 직업, 성, 생활수준, 이념성향 등으로 세분해 들어가면 오차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제주(±27.2%p), 강원(±21.9%p)은 비교자체가 무의미하다. 서울(±6.8%p), 광주·전라(±9.7%p), 대구·경북(±10.6%p)에서도 15~20%p 차이는 의미를 두기 어렵다. 서울에서 안희정(18%) 지사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문재인(30%) 전 대표의 독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라도(문재인 31%, 안희정 20%, 이재명 15%), TK(황교안 23%, 문재인 18%, 안희정 17%)에서도 주요 후보 간 지지율이 오차 범위에 들어가 있다. 이런 현상은 연령 등 다른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신문협회 등 5개 언론관련 5개 단체에서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보도준칙에서는 '오차범위내 결과 보도'에 대해 엄격할 것을 주문했다. 이 준칙에서는 후보자 지지율과 선호도가 오차범위 안에 있으면 후보간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지 않고 '경합' 또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보도하고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섰다' 등 표현은 사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차범위 내에 있는 지지율을 제목으로 나열할 경우엔 반드시 '오차범위내'를 적시토록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후보군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여론조사에 대해 "의미 없다"고도 한다.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선거판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현재 나오는 지지율을 과신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크게 흔들릴 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아직 각 정당의 후보도 확정되지 않았고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하면 진보와 보수, 양자 대결이거나 3자 대결정도가 될 것"이라며 "10여명의 잠룡을 고려한 여론조사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흐름을 참고할 정도"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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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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