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리포트 | 얼떨결에 범죄자될라

"공짜 점심은 없다" … 선거법 주의보

2017-02-16 11:10:13 게재

후보관계자 식사제공 위법

고교생 지지표시도 안돼

40대 중반 A씨는 지난해 오랜만에 고교 동문회에 나갔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하다가 '학연'을 챙겨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모임이 있다며 연락이 왔다. 평소 모이던 시기와 달라 생뚱맞아 보이기도 했다. 저녁을 먹고 이래저래 사는 얘기가 무르익을 즈음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은 한 명이 고개를 크게 숙여 인사하고는 명함을 돌렸다.

20대 국회의원 후보자였다. 그제야 이 모임의 성격을 알았다. 일부에서 "당신이 사는 밥을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자 "자신은 사지 않고 지나가다 인사차 들렀다"고 말했다.

안심하고 덕분에 총선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다 모임을 마쳤다. 식비는 사업하는 동문 B씨가 내기로 했다. 모두 '고맙다'고 인사하며 즐겁게 헤어졌다.

며칠 후 A씨는 선관위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동문 회식'에서 후보자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명목이었다. 알고 봤더니 B씨가 A씨의 선거를 돕고 있었다. 황당한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후보자에게 어떤 향응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후보자 주변에서 이를 피해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후보자가 제공하는 게 아닌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반인들은 지인과 후보자의 관계를 명확히 모를 경우 부지불식간에 범법자가 될 수 있다.

◆선거운동 아르바이트는 옛말 = 또 일반인들이 많이 범할 수 있는 위법행위가 '선거운동 아르바이트'다. 주부들이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에 선거 운동을 해주고 받은 수고비가 짭짤했던 때가 있었다.

자원봉사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선거운동을 한 이후 선거사무소에 일종의 '수고비'를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선거운동은 신고한 몇몇 사람만 할 수 있고 '경비'도 받을 수 있다.

자원봉사자가 활동비 등을 받으면 위법이다. 자원봉사자나 선거사무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전화홍보원이 전화 선거운동을 한 후에 금품이나 자장면 등 음식을 제공받아도 안 된다.

선거운동 아르바이트로 살림에 보태려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비유권자는 선거운동 불가 = 비유권자가 후보자와 관련한 의사표시를 하는 것도 위법이다. 만 19세 미만이거나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들은 선거운동을 해선 안된다.

판례에 따르면 후보자가 미성년자인 자신의 아들에게 "우리 아빠는 컴퓨터도 잘하고 동생과 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우리 아빠를 도와 주세요"라고 수차례 연설을 하게 했다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19세 이상이면서 주민등록이 등재돼 있고 선거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공무원과 언론인, 한국은행을 포함한 공공기관 직원, 농협 수협 등 임직원, 사립학교 교원, 지방공사나 지방공단의 임직원, 통·리·반장과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등은 선거권이 있더라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선거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은 괜찮다. 특정 후보자 지지를 호소해선 안된다.

특히 트위터나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후보지지 의사를 전송하면 위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은 주로 선거후보자나 선거사무소 직원들의 위법행위에 대해 적시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유권자나 등록되지 않은 선거운동원들이 많이 적발되고 있다"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법자로 몰릴 수가 있는 만큼 유권자들도 선거법에 대해 사전에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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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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