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리포트│가짜뉴스 막을 수 있을까

빨리 퍼지는 허위사실, 캠프·선관위 '비상'

2017-03-21 00:00:01 게재

중앙선관위, 하루에 100건이상 적발

대선캠프들 "승패 좌우한다" 촉각

SNS 타고 급속 전파, 완전복구 불능

올해 대통령 선거기간이 짧다는 점을 틈타 허위사실이 종횡무진이다. 잘못된 사실이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각 캠프와 선관위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잠깐 정신을 팔아도 순식간에 가짜뉴스가 퍼져 나가면서 선거판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열 경찰이 한 도둑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허위사실을 사후에 해명하더라도 완전복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21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올해들어 허위·비방으로 적발된 게 6426건으로 하루에 107건에 해당된다. 그중에서 허위사실자체로 삭제조치된 게 5090건이었다. 여론조사 공표 위반이 1271건, 후보자 가족 비방이 48건이었다. 올해부터 적극 단속에 나선 지역감정·비하행위가 6건, 기타 11건이었다.

◆너무 빠른 전염속도 = 최근 허위 사실에 민감해 있는 것은 빠른 전파속도가 갖는 파괴력 때문이다. 지난 미국 선거에서 그 영향력을 유감없이 지켜봤다.

'가짜 뉴스의 경제적 비용'보고서를 낸 현대경제연구원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 뉴스들이 확산되면서 선거여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면서 "가짜뉴스는 미국 이외에도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크게 이슈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지난달 28일 국무회의를 통해 "가짜뉴스는 일단 전파되고 나면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데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모되는 등 큰 피해가 수반된다"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화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서 가짜뉴스가 더 빠르고 더 넓게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짜 뉴스에 대한 선제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비상사태에 빠진 선거캠프 = 대선을 50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가운데 선거캠프들이 허위사실 유포에 깜짝 놀랐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국적이 위키백과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바뀌었다. 일반인들이 편집할 수 있는 위키백과의 특성상 3시간 만에 수정되긴 했지만 기사로 알려지면서 빠르게 번져나가 곤혹을 겪어야 했다. 문 후보는 최근 아들 채용특혜 의혹, 전두환 대통령 표창건 등을 '가짜 뉴스'로 보고 강력 대응하고 있다.

허위 사실의 파괴력을 경험한 대선캠프들은 '가짜뉴스' 차단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문재인 캠프는 '가짜뉴스 대책단'을 만들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측도 부정적인 게시물 등에 대응하는 네거티브 대응팀을 만들었다.

◆중앙선관위, 다중망으로 포섭 = 중앙선관위 역시 사이버대응센터를 만들어 적극 활용하고 있다. 180여명의 사이버 검색요원을 투입해 2500개 사이트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로봇을 활용해 의심되는 게시물과 기사를 추출해내기도 한다.

허위 게시물이나 뉴스로 판단되면 선관위는 곧바로 해당 인터넷이나 게시관리자에게 연락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2회 이상 삭제를 요구했는데도 불응하면 검찰에 고발된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이같은 범죄에 2년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당선무효형에 해당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남아있는 숙제들 = 허위사실을 모두 걸러내기는 쉽지 않다. 특히 허위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차단하는 방법이 묘연하다. 선관위가 허위사실에 대해 삭제를 요청하더라도 3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해 다시 판정받을 때까지 삭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일반인들이 신고를 하고 이를 증명해내는 과정에서도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카카오톡 등 패쇄 SNS는 개인정보 등의 이유로 접근하기 어렵다.

사실 확인, 삭제요청, 삭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SNS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면 이를 삭제하고 해명한다해도 원상태로 회복하기는 요원하다.

특히 올해는 과거보다 선거기간이 짧아진 만큼 허위사실을 활용하려는 강한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중앙선관위는 "SNS나 인터넷을 이용한 허위사실공표, 비방·흑색선전은 전파성이나 파급력이 커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고발 등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가짜 뉴스'로 분류된 건 1건뿐"
"선거기간 짧아 네거티브 강해질 수도"

['유권자 리포트' 연재 보기]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