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리포트│사전투표가 당선자 바꾼다

5~6%p 투표율 높여 … 20~30대 관심 커

2017-03-30 00:00:01 게재

작년 총선에서 235만명 투표참여 효과

"관심없는 유권자, 끌어오는 역할 톡톡"

대선으로는 처음으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미리 투표하는 사전투표가 도입된다. 임시공휴일로 정해진 선거일인 5월 9일 외에도 5월 4일과 5일, 이틀간 투표할 수 있는 기회가 별도로 생기는 것이다. 선거일이 사실상 사흘 주어진 셈이다.

선거일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투표 참여자도 증가하면서 사전투표제도가 당선자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표에 관심이 없거나 여건상 투표하기 어려운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제도 도입으로 투표할 수 있게 된 비율이 유권자의 5~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투표율은 11~12% = 사전투표율이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11.5%, 2016년 총선에서는 12.2%였다. 각각 474만명, 513만명이 참여했다.

사전투표 유권자는 사전투표가 없었어도 선거일에 투표했을 사람과 사전투표가 없었다면 투표하지 않았거나 못했을 사람으로 나뉜다.

사전투표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순수사전투표자'는 얼마나 될까.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이현우 교수 연구팀은 패널조사를 통해 사전투표를 했다고 답한 비율(24.27%)과 사전투표가 없었다면 투표를 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23.43%)을 구한 후 사전투표제도를 통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던 유권자가 5.58%라고 밝혔다. 전체 유권자 중 235만명에 달하는 규모다. 이 연구팀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로 상승한 투표율이 4.65%p라고 했다.

이는 서강대 연구팀과 내일신문이 함께한 '제 6회 지방선거 사전투표 유권자 의식조사'와 중앙선관위에서 실시한 '2016 유권자의식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조사결과 사전투표에 의한 투표율 상승효과는 각각 5.5%p, 6.3%p로 나왔다. 미리 투표한 유권자의 절반이 사전투표제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까 = 사전투표제 덕에 투표를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현우 연구팀은 순수사전투표자를 연령별, 직업별로 뽑아냈다. 19~29세의 투표율이 사전투표 덕에 11.37%p나 올라갔다. 30대가 7.32%p, 40대와 50대는 각각 4.18%p, 5.86%p였다. 60세이상의 투표율 상승은 3.93%p에 그쳤다.

직업별로 나눠보니 생산, 기능, 노무 등 블루칼라쪽에서 14.25%p의 투표율 상승효과를 나타냈다. 사무 관리 전문직 등 화이트 칼라는 7.49%p, 주부 학생 6.05%p, 농업 임업 어업 5.12%p 순이었다. 사전투표제가 젊거나 생계문제 등의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선거권을 행사하도록 도왔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기권자를 줄이고 대의민주주의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제도의 취지가 적중했다는 평가다. 젊은층, 블루칼라의 투표율 상승효과가 높은 사전투표는 진보진영 후보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순수사전투표자의 정당비례투표를 보면 국민의당이 37.50%로 가장 높았고 더불어민주당 25.00%, 새누리당 21.43%, 정의당 14.29%였다.

선거에 무관심한 사전투표자? = 그러나 좀 더 들어가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순수사전투표자들의 청선이슈인 복지, 경제에 대한 관심도, 정당 일체감, 지지후보나 정당 결정 여부 등을 따져보니 '선거 무관심'이 드러났다. 이현우 교수는 "순수사전투표 집단 내엔 특별히 선거에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본인이 투표할 정당이나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은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밝혔다. "모호한 이유로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사전투표가 반드시 진보진영에 유리한 것만이 아닌 이유다. 지난 총선에서 순수사전투표자들이 더불어민주당보다 국민의당을 더 지지한 게 현재의 경제문제 등에 대한 책임을 제 1 야당에 물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선은 총선이나 지방선거보다 투표율이 높은 만큼 사전투표의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 선거일이 연휴와 연결될 수 잇다는 점도 사전투표에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직 본선 대진표가 짜이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세론'이 수그러들 기세가 보이면 사전투표의 위력은 더욱 힘을 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정치에 무관심한 순수사전투표자의 발을 투표장으로 옮기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이들의 무관심 자체를 해소한 데는 뚜렷한 성과가 없어 '투표의 질' 측면에서 해결해야할 또다른 과제를 던져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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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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