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리포트│장애인 투표권 보장될까

"1층 투표소 비율 높여라" 한목소리

2017-04-04 00:00:01 게재

20대 총선, 승강기 없는 투표소 243개

연구용역보고서 "차별 못 느끼게 해야"

장애인이나 장애인단체 사이에서는 장애인 투표권이 '투표소의 1층 비율'에서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장애인이 투표소에 직접 나와 비장애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투표하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다. 장애인시설 등에서 투표하는 거소투표 등이 장애인의 불편함을 덜어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오히려 비밀투표를 위배할 가능성이 적지 않고 차별의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치른 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소는 모두 1만3837개였으며 이중 89.2%인 1만2347개가 1층에 있었다. 2층엔 780개소(5.6%), 3층엔 438개소(3.2%)였고 지하 272개소(2.0%)에도 투표소가 설치됐다. 1층 이외에 투표소가 있으면서도 엘리베이터나 리프트가 설치되지 않은 투표소는 243개소(1.8%)였다.

사전투표소는 전체의 17.0%인 598개소가 장애인이 이동하기 곤란한 위치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더 악화된 투표소환경 = 19대 대선을 위해 준비된 사전투표소(3508개소) 중 지하나 2층 이상에 있으면서도 계단밖에 없는 투표소가 18.3%인 641개소다. 작년보다 비율이나 숫자가 더 늘었다. 장애인의 투표권이 그만큼 악화됐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1층을 구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사전투표소의 경우엔 휴일이 아니라 임대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1층이 아닌 곳이면서 승강기가 없으면 1층에 임시기표소를 둔다"고 해명했다.

중앙선관위 연구용역보고서 '사회적 약자의 선거권 보장을 위한 실효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투표소접근성과 관련해 항상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것이 1층 투표소 설치여부다"면서 "모든 투표소를 1층에 설치하는 것은 선관위가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임시기표소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차별을 느낄 수 있다"면서 "장애인들은 자신이 차별을 받는다고 느낄 경우 투표의 참여율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투표소가 어느 정도나 장애인의 선거권을 보장하는 지 투표소 내부와 외부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불편의 최소화 = 장애인 차량지원과 도우미, 투표 도우미 등이 중요하다. 이 보고서는 차량지원이 오래 걸리거나 리프트가 없는 차량이 지원되는 경우, 차량지원 담당자나 투표소 도우미들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 지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를 조목조목 따졌다.

연구진은 "일상생활에서 많은 도움이 필요할수록, 집밖 활동에 많은 불편을 느낄수록 장애인의 투표참여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장애인들의 투표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선거를 위해 장애인들이 가질 수 있는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방안, 거소투표에 대한 선관위의 관리 등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연구진은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에게도 충분한 편의를 제공해 거소투표가 아닌 사전투표나 본투표로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토대로 공용기표대 도입, 전자투표기구 도입, 충분한 선거정보 제공, 선거방송의 개선, 발달·지적 장애인을 위한 전용투표용지, 투표절차에 대한 동영상 상영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선관위의 개선노력 = 중앙선관위는 지난 3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8개 장애인단체 대표,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과 회의를 갖고 장애인유권자의 투표편의 강화, 선거정보제공 확대 등 공정성 확보 대책 등을 설명하고 참정권 보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연구용역 결과와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이날 다양한 투표편의 제공방안을 공개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장애인단체와 함께 각 투표소별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장애인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의 숫자는 전체 인구의 5.6~15.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설문을 통해 알아본 바로는 이들의 투표 참여율은 70%대다. 같은 시점의 전체투표율보다 많게는 30%p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

2014년 조사에 따르면 투표하지 않은 사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게 '몸이 불편해서'로 43.9%에 달했다. 이 항목은 2005년, 2008년, 2011년 조사에서도 40%대로 크게 변화가 없었다.

본인 의사로 투표하지 않은 사례가 34.1%로 뒤를 이었다.

'시간이 없어서'(8.4%), '정보부족'(5.2%), '도우미가 없어서'(3.0%)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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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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