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미래를 묻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

"탄핵, 아프지만 승복해야"

2017-05-23 00:00:01 게재

'무조건 보수통합' 주문

4대강 감사? "뜬금없다"

자유한국당 4선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사진) 의원은 지난해 총선 패배와 최순실 게이트,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서 원내대표로 당을 이끌었다.

어느 계파에도 쏠리지 않고 무게중심을 잡으려 애썼지만 결국 당은 탄핵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대선 참패로 갈 길을 잃은 한국당에 대한 정 의원의 성찰과 고민을 들어봤다.

대선 결과를 놓고 "참패"와 "선전"이란 평가가 엇갈린다.

역대 선거에서 (한국당이) 35%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4% 득표는 기록적인 참패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지난해 총선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당시 지역구에서 38%, 비례대표에서 33.5%를 얻었다. 그때 반성하고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실패했다.

지난해 총선이 대선 참패의 예고편이었다는 얘기인데.

대통령과 친박에 줄서지 않으면 (총선) 공천을 못 받으니까 패거리가 생겼다. 지난해 총선 이후 (내가) 원내대표가 됐을 때 '통렬한 반성과 혁신 없이 미래 없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젊고 개혁적인 정치인을 혁신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일부 친박이 작당해서 무산시켰다. 한국당이 친박당으로, 특정계파의 사조직 비슷하게 가서는 미래가 없다. 대통령과 친박이 개인정당처럼 운영했다. 사당화의 비극을 극복해야 한다.

탄핵을 거치면서 결국 당이 분열됐다. 초유의 보수분열 상황인데.

지금은 편가르기하고 개인 감정 내세울 때가 아니다. 무조건 덧셈정치해야 한다. 보수의 본령은 책임과 헌신이다. 그게 보수의 가치다. 그 가치 아래 무조건적인 통합을 해야한다. 유승민도, 오세훈도 다 들어오라는 거다. 7월 전당대회를 전후해서 통합 논의가 불붙길 바란다. 나도 필요하면 역할을 하겠다.

당은 아직 탄핵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탄핵에 대해 공당으로서의 입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탄핵이 잘못됐다는 인식은 곤란하다. 탄핵에 승복해야 한다. 아프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탄핵에 아직도 동의하지 않는 것은 공당이 헌법적 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꼴이다.

탄핵은 헌법가치이므로 승복해야하고, 더이상의 갑론을박은 당의 미래에 도움이 안된다.

7월 3일 전당대회가 열린다.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통합과 혁신을 이끌 리더십이 필요하다. 당내에 없다면 외부에서 찾아야한다. 사실 내가 원내대표 시절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김동연 후보자를 당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됐다. 강골이고 소신이 뚜렷한 분이다. 만약 (외부에서 적임자가 없고)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대결이 된다면 나도 (출마를) 결심하는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당 대표론이 나온다.

홍 후보가 전지전능한 인물은 아니지만, (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한 현실적 고민을 해야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저변에 홍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초재선의원들을 통해 그런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문재인정부에 참여할 새 얼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대선 전에 식사를 했는데, 그때 반 전 총장이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를 거론하면서 '내각에 참여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더라.

나도 강 후보자를 잘 안다. 김동연 후보자나 강경화 후보자는 개인적으로 긍정 평가한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도 합리적인 사람이다. 물론 모두 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다만 한국당이 트집잡기보다는 성숙한 청문회 태도를 보였으면 한다.

문재인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뜬금없다는 생각이다. 정권 초에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우클릭해야 한다. 대선 당시 공약했던 통합과 협치가 선거용이 아니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벌써부터 '통합과 협치는 선거용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 비서실 인사부터 과거에 대한 단죄에 무게를 둔 듯한 정책방향에서 그런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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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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