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미래를 묻다│나경원 의원

"목소리 크다고 '강한 야당' 못돼"

2017-05-29 11:20:30 게재

'국민신뢰' 회복해야 힘 세져

자유한국당에서 여성으로서는 최다선인 4선 나경원(서울 동작을·사진)은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진로에 대해 묻자 "정말 답이 안 보인다. 걱정이 많다"며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26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 의원은 한국당에 대해 때론 날카로운 자아비판을, 때론 숙성된 고민을 쏟아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대선에서 얻은 24%를 놓고 당내 시각이 엇갈린다.

역사상 최대 표차로 졌는데 반성하는 게 맞다. 24%는 우리가 잘해서 준 게 아니라 여당이 독주하지 못하게, 한국당이 야당으로서 열심히 해보라는 뜻에서 보수층이 준 것으로 본다. 마음에 들어서 준 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대선에서) 잘했다고 할 게 아니라 변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당 지지율이 대선 직후에 떨어진 건 '왜 변하려는 노력을 안 보이냐'는 (여론의) 신호로 읽힌다.

■한국당이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보수가 과거에 잘했던 건 법 잘 지키고 책임질 줄 알고,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 무너진 게 최근 일련의 사태다. 국정농단 사건은 법치주의를 부정한 것이다. 당이 보여준 행태도 마찬가지다. 헌재에서 탄핵 결정을 내렸는데도 그것을 부정하고, 대선 기간내내 탄핵의 진실을 찾겠다고 하지 않았나. 당내 민주주의도 지키지 않았다. 당규까지 고쳐가면서 (친박인사에 대해) 징계를 하더니 갑자기 징계를 해제하고. 이 과정에서 보수가 신뢰받았던 부분이 다 무너졌다.

■7월 3일 전당대회가 치러진다. 어떤 의미를 담아야 하나.

전대에서 미래와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보수재건과 보수대통합, 이런 얘기를 해야하는데. 휴우. (깊은 숨을 내쉬며) 돌아가는 당내 사정을 보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걱정이 크다. 전대가 또 친박·비박 타령으로만 가서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

■본인이 전대에 출마할 가능성은.

큰 틀에서 어떻게 전대의 그림을 만들어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내가 출마하고, 안하고보다는 그런 그림에 대한 고민이 많다.

■당내에서는 '강한 야당'에 대한 주문이 많다.

강한 야당은 목소리가 크다고 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거다. 지금은 (한국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해도 믿지 않는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게 만들어야, 우리 당의 힘이 세지는거다. 우리가 (여권에 대한) 공격이나 일삼고 좌충우돌만하는 식으로는 신뢰받기 어렵다.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게 강한 야당의 첫 걸음이다.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온다.

단일지도체제로는 지도부의 리더십 확보가 안된다. 이정현 대표체제 당시 이 대표와 함께 경선에 나섰던 중진의원들이 같이 지도부를 구성했더라면 경륜있는 지도부로 신뢰를 얻었을텐데, (단일지도체제다보니) 그게 안됐다. (집단지도체제 복귀를) 친박의 당권장악 음모로 몰아붙이는데, 4선 이상 중진의원 모임에서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고 다 동의했다. 갈등의 씨앗이 됐던 인사권은 대표에게 그대로 주자는 입장이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통합해야 한다. 보수대통합은 절대절명의 과제다. 그러기 위해선 보수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법과 절차대로 해야 한다. 그러면 답이 나온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20여일이 됐다.

문재인정부가 그동안 국민들이 답답해했던 부분, 박근혜정부가 잘못했던 것을 거꾸로 하고 있다. 예전에 노무현정부를 아마추어정부라고 비판했는데 (문재인정부는) 완전히 프로가 돼서 돌아왔더라. 물론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핵심인사에 있어서는 탕평인사를 한다고 보기 힘들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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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이재걸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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