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미래를 묻다│신보라 의원

'젊은피' 수혈, 시스템부터 갖춰야

2017-06-12 11:17:42 게재

청년몫 정당보조금 필요

자유한국당은 대선참패 후 충북 단양에서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었다. 가장 눈길을 끈 일정은 '청년 쓴소리' 코너였다.

당 안팎에서 초대된 청년들은 "보편적 상식을 가진 대학생이면 한국당을 지지 안 한다" "이념과 철학이 없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되레 이들을 훈계했지만 대다수는 박수를 보냈다.

이 코너를 준비한 한국당 청년비례대표 신보라(사진) 의원은 "당이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청년 눈높이에 맞는 시스템부터 다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보라 의원실 제공

■어느 덧 원내입성 1년 2개월이다.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이 가득한 한 해 였다. 1년 동안 많은 일을 해왔던 것 같은데 대선 결과를 보면 20~40대의 민심이 당을 떠났다. 일자리 문제를 비롯해 청년 눈높이로 일하길 바랐는데 결과적으로 당과 내가 보여준 모습 모두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성과를 꼽자면?

지난해 국회 개원일에 '청년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국무총리 산하 청년 위원회를 만들고 청년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총선 끝나자마자 회의를 여러 차례 열고 문안도 검토했다.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도 수차례 찾았다. 하지만 통과 전까지는 성과라고 자평하긴 힘들다. 개혁과제 법안을 발의했다고 세비반납 안 한 게 잘 한 일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 '청년 쓴소리' 코너는 어떻게 준비했나?

대선 끝나고 연찬회 한다 했을 때 꼭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청년층이 우리 당을 버렸다고 생각들은 하면서도 체감할 기회가 없었다. 마침 중앙선관위가 수도권 대학생들을 상대로 특강 프로그램을 진행중이었는데 연사로 갈 일이 있었다. 이들에게 한국당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선거 때 애써 준 청년당원들에게도 솔직한 심정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에 대한 청년의 인식은 어땠나?

대학생들에게 한국당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써달라고 해서 취합해 봤다. 가장 많이 나온 5가지가 '노인' '불통' '기득권' '막말' '보수'였다. '꼰대' '책임회피' '편가르기' '낡은 보수' 등도 많았다. 연찬회 전 초재선 모임에서 이 결과를 공유했더니 다들 놀라워했다.

■보수 자체에 대한 혐오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특강 후 대학생들 중 일부는 인사하면서 귓속말로 "의원님, 그래도 저는 보수예요"라고 말하더라. 청년이 보수라는 사실을 당당히 말하지 못하게 만든 게 우리 당의 책임이라는 사실이 아팠다.

■뭐가 문제라고 보나

청년들이 연찬회에서 한 말 중 2가지가 와 닿는다. 하나는 '솔직하게 반성도, 사과도 하지 못했다. 부끄러운 줄 알라.' 탄핵에 대한 입장부터 아직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데 대한 지적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념과 철학이 없다.' 내가 한국당을 택한 것은 보수정당이 개인의 자율과 창의, 책임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 당은 그동안 안보프레임, 색깔론에 갇혀 스스로 입지를 좁힌 게 아닌가 싶다.

■무엇부터 해야 당에 미래가 있을까.

지난 10년 동안 젊은 세대를 키우지 않았다. 위기 때 마다 '젊은 피' 수혈 이야기가 나오는데 선언에 그쳐선 당장 내년 지방선거, 3년 후 총선에서 힘들다. 먼저 청년 조직을 되살리고 청년 몫 정당보조금을 꼭 넣어야 한다. 여성, 장애인처럼 활동자금을 고정 편성해 청년조직의 활동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청년 아카데미가 개점휴업 상태다. 보수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을 끌 가장 기본적인 자리다. 정상화해야 한다.

각종 선거에서 청년공천을 확대하고 진입장벽도 낮춰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청년최고위원 후보 기탁금을 없애기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반공프레임 활용은 이제 충분한 것 같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

■청년최고위원에 도전할 의향은?

아직 없다. 그동안 원내에서 무궁무진한 활동기회가 있었고 아직도 남은 역할이 많다고 생각한다. 청년기본법 통과를 비롯해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더 고민하고 싶다. 모처럼 청년들의 당내 진입장벽을 낮출 기회를 맞았다. 혁신의지 있는 새로운 얼굴들이 더 많이 들어와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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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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