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빈곤 고착화 막자│②빈약한 공적지원

헛도는 청년정책, 복지 사각지대 키웠다

2017-05-23 10:57:05 게재

기존 일자리사업 고용효과 낮고 … 기초생활보장제 지원은 빈곤 해소 못해

소득 고용 자산 주거 지원정책, 통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복지효과 제한적

청년층의 심각한 취업난과 주거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은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않아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정부가 중점을 둬 온 일자리사업은 일시적 성격이 강해 고용 효과가 떨어지고, 기초생활보장 지원 또한 대상자가 제한적이어서 청년층 빈곤탈출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은 최근 발행된 보건복지포럼에서 "괜찮은 일자리 창출, 취업에 필요한 전공교육과 훈련, 주거부담 해결, 그리고 최근 논의되고 있는 청년수당을 포함한 다양한 실업대책들을 적극 검토해 청년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층 공적지원 빈곤완화효과 9.7% 불과 = 청년 빈곤층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와 최저임금제 등 소득보장 분야,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내일채움공제 등 자산 형성지원 분야, 일·학습병행제와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 등 고용지원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소득보장 분야의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기초생활보장제를 들 수 있다. 생계비와 주거비를 직접 지원하기 때문에 청년빈곤층에겐 중요한 제도다. 하지만 청년(20~34세) 수급자 추이를 보면 2015년 기준 11만8000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7.6%에 불과하다. 주민등록인구 기준 청년 인구 1100만명 중 1%만 보호를 받는 셈이다. 청년빈곤율이 9.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청년빈곤 보호책으로는 기초생활보장제는 한계가 있다.

청년빈곤층에 대한 정부의 빈약한 지원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 시장소득 빈곤율과 공적이전 후 소득빈곤율 차이는 9.7%로 근로연령 성인층의 16.5%를 크게 밑돌았다. 공적이전으로 인한 빈곤완화 효과가 청년층에서 더 낮게 나타난다는 의미다.

실업률 5.0%, 7년 만에 최악│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지난 2월 실업률이 7년여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았다. 실업자 수는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로 올라섰고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가 계속되면서 제조업 취업자 수도 8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사진은 3월 15일 서울 한 대학가의 취업정보 게시판. 연합뉴스


고용지원 정책 가운데 일·학습병행제 역시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제도는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기업이 취업을 원하는 청년 등을 학습근로자로 채용해 기업현장에서 장기간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훈련을 마치면 국가가 역량을 평가해 자격을 인증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2014년 이후 훈련받은 3500여명 가운데 34%에 달하는 1200명이 중간에 교육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교육과 기업 수요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직업교육 프로그램인 청년취업아카데미의 경우 2014년 이후 수료자 가운데 참여기업에 취업한 비율이 9.7%에 불과했다.

15∼34세 미취업 청년들에게 인턴 근무 기회를 제공해 청년층의 경력형성을 돕고 중소기업 인력 수급을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된 청년취업인턴제 역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1∼2013년 인턴수료자 7만5000명 중 91%가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나 정부 지원금 중단 6개월 후에 고용유지율은 57%, 1년 후엔 46%, 1년6개월 후엔 37%로 뚝 떨어졌다.

감사원 감사결과 청년 일자리를 직접 창출하기 위해 정부가 진행하는 37개 사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5개 사업은 청년층 참여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이들 사업의 참여율은 2013년 33.4%, 2014년 30.1%, 2015년 27.6%로 매년 떨어졌다.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23개 사업 중 12개 사업 역시 청년 참여율은 2013년 23.9%, 2014년 22.6%, 2015년 19.4%로 낮아졌다.

김태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정부의 청년정책을 보면 청년층만을 대상으로 한 소득보장 대책이 부족하고, 대부분은 고용노동부의 고용지원에만 그쳤다"며 "현재 소득정책은 청년층을 복지사각지대에 놓이게 하고, 고용연계서비스 역시 제한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청년 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청년 정책이 소득과 고용, 자산, 주거까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미달률 28.5%, 기본 법적 보장도 안 지켜져 = 청년 일자리의 임금수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김문길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선 노동시장의 최저한의 보장선인 최저임금 미달률부터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법으로 정한 임금 수준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특히 청년층 가운데 최저임금도을 못 받는 근로자들이 많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16년 3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최저임금 미달률은 28.5%로 전체 미달률의 두 배 이상 높았다.

최저임금 미달자 264만명 중에는 공공행정 사회보장행정 부분 13만명(12.9%)도 포함된다. 정부 부문에서조차 최저임금 미달자가 상당수 있다는 얘기다.

청년층 주거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도 성과는 크지 않다. 박근혜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을 지어 80%를 청년층에게 공급하는 정책을 펴왔다. 행복주택 입주 자격은 소득조건을 충족하는 대학 재학생이거나 직장에 재직 중인 청년들이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은 행복주택 20만 가구를 약속했지만 실제 입주자는 1만명도 되지 않았다.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 전용면적 85㎡이하 주택을 선택해 지원을 신청하면 LH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고 재임대하는 청년전세임대주택 제도도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준전세나 준월세, 순월세로 거주하는 청년층 등에 임대료를 대출해주는 월세대출지원제도도 시행되고 있으나 활용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

이태진 보사연 연구위원은 "정부의 청년 주거지원 정책은 저렴한 주택 입주에 우선 순위를 주거나 주거 마련 자금 융자 시 이자율을 우대하는 방법 등 단편적인 방안이 대부분"이라며 "대학생 취업준비생과 신혼부부 등 청년층 일부만 대상으로 하지 말고 청년층 전체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주거안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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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구본홍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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