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자유학기제 | 경기 시흥중학교

"지역주민 함께한 수업으로 공동체의식 높였죠"

2017-08-07 10:41:45 게재

모든 학년서 지역사회 연계한 교과 융합수업 진행

'과정중심 평가'로 학생 학부모 신뢰·만족도 높여

자유학기제가 다양한 교과영역에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과융합수업은 학교 담장을 넘어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한다. 학생들은 지역사회 도움을 얻어 미래사회 진로까지 탐색하고, 공동체 의식 함양은 덤으로 얻고 있다. 경기도 시흥중학교 2학년 교실에 유치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일본어 수업 중 번역한 동화를 국어 수업시간에 재창작했다. 이렇게 융합한 교과과정을 동화구연으로 창작했고, 지역유치원생들을 초청한 것이다. 미술 수업에서 그린 입체적인 일러스트를 모은 동화책도 사용했다. 서툴렀지만 정성을 담아 만든 이야기에 유치원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국어, 미술, 일본어 교과 융합 수업에서 동화 구연 연습 중인 시흥중 학생들. 사진 시흥중학교 제공


학생들은 동화구연 과정에서 자신이 평소 부족했던 점을 찾아 보완했다. 동화구연에 새로운 흥미를 느끼거나 적성을 발견, 유치원 교사에 대한 꿈을 품기도 한다. 수업과정에서 배운 것들은 지역사회와 결합해 실천하는 셈이다. 학생들의 성장에 관한 자발적 동기부여가 진로탐색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진소정(경기도 시흥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배움과 실천을 지역사회와 함께 하면서 학습 역량은 물론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되고, 가족과 대화가 늘었다"며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함께 성장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융합수업, 전 학년에서 시행 = 시흥중학교는 모든 학년(전 학기)에서 교과융합수업을 진행한다. 동화구연도 자유학기가 아닌 2학년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진 수업이다. 한 학기만 자유학기를 시행하는 타 학교와 다른 점이다.

국어와 미술, 일본어, 진로 체험 학습까지 세 교과와 활동을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 녹여서 운영한다. 자유학기제가 만든 달라진 교실 수업을 전 학년으로 확대한 점이 타 학교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교사들의 경험과 자신감에서 출발했다. 시흥중 교사들은 2011년부터 혁신학교,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등을 거치며 성공사례를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교실수업 변화에 무게중심을 싣고 교사들과 공유했다.

경기 시흥중 학생들이 유치원 진로체험국어, 미술, 일본어 교과 융합 수업에서 만든 창작 동화책을 구연하고 있다. 사진 시흥중학교 제공


교사들은 '다함께 성장'할 수 있는 수업 방식을 놓고 고민했다. 개별 교과 내 프로젝트 수업을 넘어 교과 융합수업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수업 성공 사례를 공유하다 자연스럽게 전 학년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적용했다.

특히, 하나의 큰 목표 아래 학교, 학년, 교과별로 교육과정 개선 방향을 설정했다. 통일성을 갖추면서도 교사의 수업 재량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지난해 시흥중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라는 교육 비전 아래 '나와 마을을 알고 성장하는 1학년' '직업과 마을을 탐색하는 즐거운 2학년' '진학과 꿈을 탐색하는 3학년'이라는 학년별 비전을 설정했다. 이에 맞춰 교과담당 교사는 '마을길에서 나를 만나다'나 '우리 동네 소개 자료 만들기'와 같은 융합주제를 설정하고, 교과 핵심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편성했다.

주제도 학생들이 일상에서 쉽게 찾고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선택했다. 결과 수업 참여도가 높아지고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됐다는 게 자유학기 운영 교사들의 증언이다.

달라진 수업은 평가방식에도 변화를 불렀다. 평가 핵심은 '과정중심 평가'로 학생의 수행능력과 성장과정을 파악해 학생부에 기록했다. 수업은 모둠 위주로 진행하지만, 평가는 개별로 이루어져 학생과 학부모 신뢰가 높다. 이러한 수업과 평가방식은 기초학력미달 학생 수를 대폭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시흥중 학생들이 국어, 미술, 일본어 교과 융합 수업에서 만든 창작 동화책 사진 시흥중학교 제공


◆교실수업, 마을을 주제로 교육과정 기획 = 수업의 영역을 학교 밖까지 확대하고 마을을 주제로 삼은 것은 시흥중학교만의 교육과정 특징이다. 지난해 마을을 주제로하는 교육과정을 기획했다. 2015년에 자율적으로 추진한 동아리활동을 계기로 삼았다. 교실수업이 마을과 만나 '배움-실천-진로탐색'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학생들은 마을 지도를 만들었고, 지역 내 환경이나 빈곤문제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학생이 스스로 배움의 목적이나 유용성을 알게 해 학습 동기를 부여하거나 진로 탐색의 계기로 작용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진소정 교사는 "유치원에서 발표할 동화책을 만드는 기간이 꽤 길었지만 학생들이 '이걸 왜 해요? 왜 배워요?'라는 질문을 한 번도 하지 않고 매시간 집중했다"며 "이후 글쓰기 수업에서 주제 선택이나 논리 전개, 단어 수준이 훨씬 나아진 것을 보고 실생활과 연결된 배움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유학기서 찾은 '꿈' 자율동아리에서 키워= 자유학기 활동을 타 학년으로 연계·확장한 것은 교실 수업뿐 만이 아니다.

우선 자유학기에서 찾은 꿈과 끼를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자율동아리활동'을 확대했다. 시흥중의 자율동아리는 또래상담을 지원하는 '솔리언 또래상담' 지역과 연계해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10대 방송 연합', 노래와 연주를 통해 꿈을 키우는 '버스킹', 텃밭 유기농 농사를 체험하는 '살림' 등 총 25개에 달한다.

모든 자율동아리는 설립 계획부터 정원 모집, 인가, 활동까지 교사 개입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자율동아리와 관련한 교내 상설 공연이나 행사를 연다. 학교는 학생들이 동아리에서 갈고 닦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학년별로 자아 찾기, 진로·진학탐색을 주제로 교과수업과 연계한 진로 연계 교과 융합 수업, 전교생이 주변의 문제점을 발굴, 해결 방안을 찾는 '사회실천 창의상상 프로젝트'도 학생의 사고력과 창의력, 진로탐색 역량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최봉주(시흥중학교)교사는 "학교 모든 교사들이 참여해 미래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짜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학교를 학생들의 함성이 가득한, '생동감 넘치는 행복한 배움터'로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인터뷰 │경기 시흥중학교 진소정 최봉주 교사] "교사 공동체역량이 창의적 교육성패 좌우"

['진화하는 자유학기제' 연재기사]
'뻔뻔한' 경기 성남 낙원중학교│ "뻔(Fun)한 진로탐색으로 꿈과 끼 찾아요"2017-07-27
교육과정 자유자재로 '서울 문현중학교'│ "모두가 신나게 공부하는 교실, 융합수업 덕분이죠"2017-08-01
경기 시흥중학교│ "지역주민 함께한 수업으로 공동체의식 높였죠"2017-08-07
시험에서 해방된 경기 매송중학교│ 영어 독서와 토론으로 자기주도 학습력 키운다 2017-08-14

전호성 기자미즈내일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