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자유학기제│ '뻔뻔한' 경기 성남 낙원중학교

"뻔(Fun)한 진로탐색으로 꿈과 끼 찾아요"

2017-07-27 10:52:06 게재

자기이해 활동으로 자아 존중감 형성…지역사회 재능기부로 맞춤형 직업체험

"퍼즐을 완성하면 직업 10개가 보일 거예요. 모둠별로 나눠 준 종이에 직업을 적고 옆에는 그 직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 반 친구 이름을 적어보세요."

선생님 설명이 끝나자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한다. "웃음치료사에 어울리는 애가 누구지? 아 맞다, 래원이가 우리 반에서 제일 긍정적이잖아, 웃음도 많고. 래원이 이름 적자." 경기도 성남시 낙원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자유학기 진로수업 풍경이다. 나의 적성에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자유학기 수업에 아이들이 푹 빠졌다. 다중 지능 퍼즐수업은 언어·논리수학·공간친화·신체운동·음악·대인관계·자기이해·자연친화 등 여섯 종류나 된다.

낙원중학교 학생들이 바자회를 열고 진로탐색과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낙원중학교 제공


다중 지능 퍼즐을 활용해 각 지능에 어울리는 친구를 추천하며 미래 직업을 탐색해 보는 수업이다.

도·깨·비 프로그램으로 진로탐색 흥미 높여 = 아이들 관심이 높은 '뻔(fun)뻔(fun)뻔(明白)한 도·깨·비 키우기' 프로그램은 낙원중학교 성금주 교사가 개발했다. 개인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탐색과 직업체험을 동시에 추진하는 융합형 교육과정이다. 아이들은 자유학기 수업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수업시간에 도전, 깨닫기, 비전 키우기 과정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고 직업세계를 배운다. 성 교사는 해당 프로그램으로 제2회 자유학기제 실천사례 연구대회 '자유학기활동 분과'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수업은 '뻔(fun)한 진로탐색으로 내 꿈과 끼 깨닫기' 과정에서 출발한다. 우선 자유학기 초에 MBTI(마이어브릭스 성격진단) 성격유형검사와 다중지능 검사 결과 등을 활용한다. 강점지능에 맞는 직업을 탐색하고, 직업세계를 이해하는 활동수업을 진행했다. 이후 도덕수업과 연계, 학생들이 직업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진로장벽 해결방안에 대해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위해 비주얼 씽킹 방법을 활용해 종이에 손을 그리고 손가락마다 자신에 대한 질문과 답을 적게 했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한 교육활동 방법이다.

다양한 직업세계를 탐색하고 발표하는 낙원중학교 학생들. 사진 낙원중학교 제공


성 교사가 시행하는 프로그램은 자기이해 활동을 통해 긍정적 자아존중감을 쌓는 것이 핵심이다. 성 교사는 "아이들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 안타깝다"며 "자기이해 활동 안에서 친구들끼리 귀여운, 솔직한, 꼼꼼한, 사자, 봄과 같은 이미지 단어를 서로 붙여주면서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하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전문직업인 인터뷰하는 '사람도서관' 운영 = 지역사회도 낙원중학교 학생들의 자유학기 진로탐색을 위해 힘을 보탰다. '마을 꿈터에서 뻔(fun)한 도전하기'가 성공할 수 있는 힘은 지역사회 진로 멘토단과 기업의 재능기부 때문이다.

성 교사는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전문직업인을 만나볼 수 있게 '사람도서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지역 내 진로 멘토 200여 명을 확보하고 '1대3 직업 멘토링'을 추진해 학생 스스로 진로유형에 맞는 직업인을 선택하고 인터뷰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진로 멘토링 행사에 참여한 낙원중 학생들. 사진 낙원중학교 제공


학생들은 지역의 15개 사회적 기업을 방문해 원데이직업체험을 진행했다. 직업인 초청 특강에도 참여해 직업세계관을 넓혀갔다. 디지털고등학교와 경영고등학교 등 특성화고등학교를 방문, 관련학과와 직업체험을 하는 입체적 수업을 진행했다. 대학은 미래 손님을 위해 학교로 찾아와 학과체험과 진로박람회를 기획했다.

직업체험활동은 일회성 행사를 뛰어넘었다. 학생들은 철저한 체험계획을 준비하고 안전교육은 필수로 받았다. 직업현장 체험은 반드시 멘토가 동행했다.

체험을 마치면 개인별·모둠별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했다. 네이버 IT보안전문가를 만난 안서영(1학년1반) 양은 "해킹을 막았을 때 보람이 가장 컸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며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한 직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면서 자부심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낙원중학교는 학생들의 관심이 많은 직업에 적합한 체험처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매 체험마다 3단계의 매칭 과정을 거쳐 개인 맞춤형 체험이 되도록 했다. 성 교사는 "마을교육 공동체 안에 있는 일터에서 직업인과 인터뷰를 통해 나의 희망직업을 직접 경험하며 필요한 진로정보를 얻을 수 있게 했다"며 "학생들은 활동을 통해 진로체험이 어렵고 특별한 것이 아니라 주변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임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진로포트폴리오 활용한 맞춤형 진로 상담 = '뻔(fun)뻔(fun)뻔(明白)한 도·깨·비 키우기'의 마지막 순서는 '비전 키우기'다.

진로탐색활동과 직업체험활동을 꾸준히 기록하기 위해 진로포트폴리오, 진로 독서, 진로 쓰기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 한서윤(1학년2반) 양은 "자유학기 직업체험과 독서, 진로활동 등을 기록하고 나니 내 꿈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다"며 "진로포트폴리오를 쓰면서 외교관이라는 꿈을 이루려면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닥이 잡혔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진로포트폴리오 작성이나 진로독서, 진로신문 만들기, 진로 글쓰기 수업은 담당 교사에게도 도움이 됐다. 아이들이 작성한 진로포트폴리오를 보면 맞춤형 진로 상담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학기 이후에도 스스로 진로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한다. 드림레터, 진로독서, 커리어넷 등 진로사이트로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성 교사는 "진로희망이 없는 학생들에게 진로탐색과 상담의 기회를 통해 관심직업에 다가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진로탐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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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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