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자유학기제│시험에서 해방된 경기 매송중학교

영어 독서와 토론으로 자기주도 학습력 키운다

2017-08-14 12:28:21 게재

자유학기, 일반학기 수업과 자연스럽게 연계시켜

"매송중학교 자유학기 영어수업에는 레벨 테스트나 시험이 없습니다. 그 대신 영어독서와 스토리텔링, 토론으로 수업을 채워갑니다. 아이들이 교육과정 안에서 영어독서와 나눔의 장점을 경험하면, 자유학기가 끝난 뒤에도 자기주도 학습역량 키워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송중학교 학생들의 영어독서봉사단 활동 장면. 사진 매송중학교 제공


노수진(경기도 성남 매송중. 영어)교사가 자유학기 영어수업 과정을 설명했다. 노 교사는 자유학기 수업을 통해 자기주도 학습은 물론 인성과 창의성까지 기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하지만 영어 과목의 특성상 융합수업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사교육을 통해 레벨과 점수 따기에 익숙해진 게 이유다. 노 교사는 "학원식 암기교육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시험이 없어 더 불안해했다"며 "영어 독서가 얼마나 즐거운지 깨닫고 스스로 학습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했다"고 자유학기 초기 수업과정을 설명했다.

노 교사가 진행하는 매송중학교 영어교과 관련 주제 선택 활동 프로그램은 '나눔을 통한 배움의 확장( Extensive Reading and Visual Storytelling)'이다. 단순한 영어 수업이 아니라 모둠별 토론과 프레젠테이션·UCC 제작 발표, 독후활동 등 학생들의 영어실력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유익한 수업이 되도록 초점을 맞췄다. 노 교사는 이 프로그램으로 9일 '제2회 자유학기제 실천사례 연구대회' 자유학기활동 분과에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학생들이 영어독서활성화 UCC를 만들기 전 모둠별 스토리보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 매송중학교 제공

◆자유학기 수업, 60여개 자율동아리와 연계 = 매송중은 올해 자유학기제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학기 운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1학년 1학기를 자유학기제, 2학기를 자유학기 연계학기로 설정해 운영한다. 이는 자유학기 이후 일반학기수업과 자연스럽게 연계하도록 자유학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교과부문에서 학교 차원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학생 중심의 다양한 수업방법을 적용했다. 1학년 자유학기 수업 뿐 아니라 전 학년에서 교과 융합 수업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자유학기 수업의 안착을 위해 60여개의 자율동아리를 적극 활용한 점도 매송중만의 특징이다. 1학년 자유학기에서 경험한 것을 일회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활동으로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 기존 1학년 대상 영재반과 연계 운영하던 과학 동아리를 자유학기제와 결합해 크게 개선시켰다.

학생들이 영어독서활성화 UCC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 매송중학교 제공


매송중은 당초 과학 선도학교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 2008학년 과학 선도학교로 지정돼 3년 동안 과학 교육을 이끌었다. 그러다 자유학기가 시작되자 '체험을 통한 창의·인성 과학교육'을 주제로 학교 특색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에너지 절약정책 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 과목 간 융합 수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대표 수업은 자유학기제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학과 미술 교과 융합수업.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 '패시브 하우스'를 주제로 에너지와 주택 단열에 관해 공부했다. 미술 시간에는 과학시간에 배운 내용을 주택 설계에 적용해 학생들이 직접 주택 모형을 만들었다. 한우정(매송중. 과학)교사는 "자유학기 시행 초기 에너지 절약 관련 교육을 동아리 활동 중 진행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정규 교과수업 안에서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이용에 관한 탐구실험, 토론 아카데미 등 다양한 융합 수업으로 개선시켜 진행한다"고 밝혔다.

학생이 만든 영어명언 연필꽂이. 사진 매송중학교 제공

매송중의 자유 학기 영어수업은 주당 2시간씩 한 학기 16차시로 진행한다. 초기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영어교과 교육과정을 전 학년으로 확대해 전교생 영어 독서로 생활화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영어 독서 우수학교로 뽑혀 교육감 표창을 받았다. 3학년 학생들의 경우 지난해는 정독 중심의 영어 읽기 수업을, 올해는 한 달에 한 편씩 영자신문을 읽게 해 사회 이슈와 시사문제에도 관심을 갖도록 했다.

영어 독서 습관이 익숙해지면서 교과 실력이 향상되는 변화를 가져왔다. 책 한권을 정해 함께 읽고 찬성과 반대의견으로 나눠 모둠별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논리적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을 키워나갔다.

영어독서에 대한 흥미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창의성과 인성역량이 크게 향상됐다. 이서영(2학년)양은 "지난해 영어독서 관련 명언을 UCC로 제작하는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며 "독서수업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예전엔 영어책을 읽으면서 줄거리 중심으로 생각했지만, 요즘은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내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상상하며 책을 읽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실수업 개선과 과정중심 평가 이끌어 = 매송중학교 자유학기는 교실수업 개선과 과정중심 평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실 안에서만 머무른 수업에서 벗어나, 교과내용과 체험을 접목해 흥미를 높여 나갔다. 영어수업의 경우 교사는 학생들이 영어독서 홍보를 위한 UCC를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는 체험 과정까지 평가한다. 학생들은 영어수업 시간에 촬영한 영상을 뒤섞고 새로운 배경음악과 자막을 넣어 다양한 스토리 제작 방법을 배운다. 영어수업에서 스토리를 창작하고 발표하면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비주얼스토리텔링도 만들어갔다.

학생들의 정서발달과 인성교육도 놓치지 않았다. 노 교사는 "감명 깊게 읽은 영어책 구절 나누기, 독서 명언 읽고 '나의 명언' 만들기, 영어 독서 활성화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자신이 느낀 감정을 서로 나누고 공감하는 분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영어독서로 치유의 과정까지 발전시킨 것이다.

자유학기 영어수업은 재능 나눔에 관한 영자신문 기사를 읽고, 영어독서활동을 재능기부로 확산시키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자기가 읽은 영어 책 안내문을 A5 사이즈의 종이에 비주얼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만들어 도서관의 책 사이에 끼워 두는 것. 수준별 추천도서 안내 자료를 제작해 다른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영어 독서 활성화를 위한 포스터도 제작했다. 수업을 경험한 뒤 어려운 영어 원서에 도전하게 됐다는 김용진(2학년)군은 "예전에는 쉬운 영어책임에도 정확한 뜻도 모르면서 그냥 읽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어려운 단어가 많은 책도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 노력한다"고 자신감이 넘쳤다.

자연스럽게 '영어 독서 나눔 봉사단'도 결성됐다. 학교는 봉사단을 조직해 활동할 수 있게 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노 교사는 "매송중 학생들은 자유학기 수업을 통해 영어를 즐기는 내적동기와,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즐거움인 외적동기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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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