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의 과제│② 리더십 확보

정책환경 우호적인데 중심축 없어

2017-11-27 10:42:48 게재

야권·업계 지지확보 필요 … 유관기관·주요직책 인사에서 원칙 보여줘야

"중소벤처기업부가 제대로 일을 하려면 리더십 확보가 관건이다."

최근에 만난 중소기업청 차장을 역임한 복수의 인사는 "중소기업 정책을 펼치는데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를 이끌 중심축이 안보여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인정부는 재벌 대기업의 횡포와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돌입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범정부기구 을지로위원회 구성, 공정거래위원회 기능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문재인정부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은 그동안 업계와 전문가들이 요구해온 내용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정책엔 수년간 재벌 대기업과 갈등을 빚어온 사안들도 상당히 포함돼 있다.

문재인정부가 중소기업으로 고용없는 저성장시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중기부 출범은 '대기업 육성 산업정책' 중심의 개발시대 전략을 '중소기업 중심 경제시스템'으로 바꾸려는 첫걸음이다.

전문가들도 중소기업 정책환경은 매우 긍정적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문제는 우호적 환경을 이끌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계는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 직후 예상되는 정부조직개편에 대응을 해야 한다. 현재 중기부는 예전 중기청과 다를바 없는 조직규모다. 중소기업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산하기관의 이전이 필요하다.

큰 변화에 직면한 중소기업계 = 정부내 중소기업정책 조정(컨트롤타워)역할을 하려면 법 개정과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현안문제 해결도 시급한 과제다.

이러한 이유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기부 장관 기준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꼽은바 있다.

박 회장은 "중기부 수장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만큼 관료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기대와 달리 초대 중기부 장관의 기반은 안정적이지 못하다. 중소기업계 뿐만아니라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중기부 장관은 상처투성이다.

박성진 후보자는 여야 지지를 받지 못해 중도 사퇴했다. 홍종학 초대 중기부 장관 역시 야당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홍 장관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그동안 발언력이 약했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변할 것으로기대된다.

하지만 야당이 거부한 중소기업정책 수장의 활동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타 부처의 견제를 받는 중기부로서는 야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홍종학 장관은 "앞으로 야당과 적극 상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민간단체 리더십도 약화된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가 정부와 각을 세우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에 있다.

기존 인사에 실망 = 특히 중소기업비서관 중소기업연구원장 등 이어진 중소기업 핵심조직 인사를 보며 중소기업계는 크게 실망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중소기업옴부즈만 동반성장위원장 등을 비롯해 내년 초 교체가 예상되는 유관기관장 인사에도 능력보다 캠코더(대선 캠프 출신인사)인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유관기관 인사가 홍 장관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견해다. 홍 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업무에 적합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현직 대학교수 인사는 "홍 장관이 정책을 펼칠 때 업계와 전문가들과 적극 소통하는 자세를 보여한 한다"면서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보다 리더십을 확보해 중소기업 중심경제의 기틀을 만드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과제' 연재기사]
① 중소기업 법률체계 정비│중기기본법 전면 개편, 정책 효율 높여야 2017-11-22
② 리더십 확보│ 정책환경 우호적인데 중심축 없어 2017-11-27
③ 정책효율성 제고│ 새로운 사업보다 기존정책 재설계 2017-12-07
④ 역량강화│ 중소기업 중심경제 설계해야 2018-01-08
⑤ 씽크탱크 강화│ "중소기업정책 다시 설계해야" 2018-01-16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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