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과제 │④ 역량강화

중소기업 중심경제 설계해야

2018-01-08 10:39:56 게재

20여년간 집행기능 중심

정책기획·소통능력 필요

지난해 5월 24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문재인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한 부처별 업무보고가 시작됐다.

이날 관심사는 단연 중소기업청이었다. 업무보고 순서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이어 세 번째였다. '청' 조직으로서는 이례적이었다. 중소기업을 중시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의지를 보여 준 것으로 풀이됐다.

중기청 직원들도 들떠 있었다. 중기청의 중소기업부(현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이 확실시 되고, 새정부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따른 기대였다.

하지만 업무보고를 마친 중기청 직원들 안색은 잔뜩 굳었다. 업무보고에서 질책이 이어져서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중기청이 기존 틀을 그대로 둔 채 부처로만 바뀌면 중소기업정책이 국민기대에 부합할 수 있겠느냐"면서 "전문가들이 '중기청 공무원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부처 승격을 준비해 호랑이를 그려 오라고 했더니 고양이를 그려왔다"고 실망하고 '중기청 변화'를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중기청은 업무보고를 내용을 보완해 다시 했다.

이날 있었던 김 위원장 주문은 중소벤처기업부 출범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중기부가 중기청 연장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복수의 중기청 차장 출신 인사는 "중기부는 20여년간 중기정책을 담당하며 굳어진 일처리방식과 조직문화에서 탈바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에 따르면 중기청은 지금까지 산업부 외청으로 결정된 정책방향 안에서 사업을 구상하고 집행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중기청은 중소기업정책 특성상 반대보다 지지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타 부처에 비해 조직과 정책이 정치적 외풍에 크게 시달리지 않았다.

이 인사들은 "중기부는 이제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시스템 설계능력과 타 부처와 협업을 주도할 기획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중기부 정책대상은 일반 부처와는 다르다. 타 부처 업무는 대상 범위가 한정돼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한국경제 모든 업종에 존재하고 있어, 중기정책은 모든 부처에 영향을 미친다. 즉 중기부 업무는 타 부처와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중기부에 부여된 정부 내 중기정책 조정역할도 협업의 일환이다. 따라서 중기부가 타 부처를 설득할 명분과 논리 개발, 소통능력이 중요해진 셈이다.

현직 대학 교수인 중소기업 전문가는 "중기정책 효율성을 높이려면 정책설계를 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중기정책 기조를 '대기업 중심 경제체제 유지를 위한 보완책' 측면이 강했다고 평가한다.

이제는 한국경제 미래를 위해 '중소기업 중심 경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문제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중소기업 중심 경제체제는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길"이라며 "중기부가 중소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지혜를 모아 새롭게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도 "다양한 중기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설계를 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부가 중기정책 주무부서인 만큼 정책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장이었던 김세종 ASEIC 부이사장도 "과거 외청 수준의 지원체계에서 벗어나 정책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이나 정책전달체계 등을 새롭게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정책 담당 부처답게 기존 부처에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과제' 연재기사]
① 중소기업 법률체계 정비│중기기본법 전면 개편, 정책 효율 높여야 2017-11-22
② 리더십 확보│ 정책환경 우호적인데 중심축 없어 2017-11-27
③ 정책효율성 제고│ 새로운 사업보다 기존정책 재설계 2017-12-07
④ 역량강화│ 중소기업 중심경제 설계해야 2018-01-08
⑤ 씽크탱크 강화│ "중소기업정책 다시 설계해야" 2018-01-16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