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의 과제│③ 정책효율성 제고

새로운 사업보다 기존정책 재설계

2017-12-07 12:05:54 게재

자체 사업·산하기관 업무중복 등 비효율 제거 모범 보여야

'중소기업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라.'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킨 이유이다.

'효율성'은 '비효율성 제거'와 맞물려 있다. 정책의 비효율성 문제는 수십년간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의 중소기업지원 정책과 제도를 가지고도 중소기업 현실이 크게 변하지 않는 이유로 '비효율성'을 꼽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지원사업(2016년 기준)은 1284개, 예산은 16조4670억원에 이른다. 직·간접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에 연관된 기관들도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400여곳이다. 모든 기관에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다 보니 내용은 중복되고 예산만 낭비하는 사례가 많았다. 정치권과 정책당국 조차도 '효율성 제고'를 외쳤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수혜자인 중소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정책효과 체감도도 그리 높지 않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중소기업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해 현장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설립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중기 현장 정책효과 체감도 낮아 = '정책효율성 제고'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실행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계도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갓 출범한 중기부가 중기정책을 총괄 조정할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고, 타 부처가 정책조정에 적극 동참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기부가 먼저 모범을 보여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기청 차장 출신 인사는 "중기부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게 아니라 현재 운영하는 사업과 제도를 효율적으로 전면 재정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전 부처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중기부 국정감사에서도 중기부 사업의 중복문제가 지적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방중소기업지원체계다. 지방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지방본부, 테크노파크, 창조혁신센터 등에는 유사업무가 상당하다. 중기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창업생태계허브로, 테크노파크는 지역기술혁신거점으로, 지방청은 중소기업지원의 지역 컨트롤타워 기능으로 특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중기부가 기존 조직유지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내년에 있을 지방분권제도 개선과정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여 중기부는 빨리 입장을 정해야 한다.

국회예산처는 정보통신기술(ICT)융합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과 생산현장디지털화사업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던 '메이커문화확산' 사업이 중기부로 이관되면서 창업진흥원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시행하는 '기업가정신확산' 사업 내용과 지원대상이 유사하다. 부실로 확인된 청년상인육성사업이나 소상공인협동조합 활성화 사업도 재설계가 절실하다.

현직 사립대학교수는 "중기부는 중기청 시절에 연구개발(R&D)사업 등 여러 주요사업 개편에 나섰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중기부가 정책효율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하는 방식과 전달체계 재설계 = 산하기관 업무조정도 중요하다. 홍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 "각 기관에 대한 성과평가를 심층적으로 진행해 우수 기관의 기능은 발전시키고, 성과가 미흡한 기관은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산하 기관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창업진흥원, 중소기업유통센터 등이 있다. 여기에 기술보증기금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중기부로 이관됐다.

중기부 산하 기관은 중기청 시절부터 업무중복 지적을 받아왔다. 창업사업의 경우 중진공과 창진원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고, 창조혁신센터도 일부 겹친다. 중기부로 이관된 기보는 중진공 자금지원 업무와 비슷하다. 특히 테크노파크 지방중기청 등도 업무중복이 지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영홈쇼핑 유통센터 등 중소기업 국내외 판로정책을 모아 중소기업 판로를 총괄하는 조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세종 아섹 부이사장은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중기부는 물론 산하기관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지원체계에서 벗어나 정책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이나 정책전달체계 등을 새롭게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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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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