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다산에게 길을 묻다

다산목민대상 10년 … 지방자치를 품다

2018-01-17 10:25:09 게재

지방행정 혁신하는 나침반역할 자임

29개 지자체 수상 … 모범사례 전파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를 저작한 1818년 무렵은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경제가 발달하고, 문예는 부흥해 백성이 성장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탐욕스런 지방수령들이 백성을 수탈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무능한 수령들이 아전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일이 많았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돌아갔다. 이런 위기의 시대에 나온 책이 '목민심서'다.

다산목민대상 시상식 모습.


목민심서의 '목'은 수령을 뜻하고 '민'은 백성을 말한다. 목민심서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목민서들과 다른 점은 단순한 지방행정 지침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산은 '원목'에서'수령은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단언한다.

이 같은 다산의 '민의 사상'은 '목민심서'에 녹아있다. 여기서 '민의'란 지금의 '민주'를 말한다.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목민심서는 생존의 위기에 놓인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쓰인 응급처방이지만 다산의 정치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말한다.

'다산목민대상'이 만들어진 2008년은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10년이 조금 넘은 때다. 지방자치가 성숙되지 못해 여러 가지 폐단이 많았다. 지방자치 1~4기 동안 단체장의 20% 정도가 각종 비리에 연루돼 중도에 하차했다. 공직자들의 비리도 끊이지 않았다. 중앙정부는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주지 않았고, 주민참여도 부족했다.

내일신문은 '다산목민대상'이 다산의 목민심서 정신을 되새겨 지방행정을 혁신하는데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또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선 각종 제도적 견제장치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공직자들이 도덕적으로 재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지자체 대표정책이 되다 = '다산목민대상'이 제정된 첫해부터 지자체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10년 동안 지자체 300여곳이 공모에 응했고, 29개 지자체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분야도 다양했다.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은 기본이고 복지와 환경, 지역경제, 행정제도 개혁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지자체들이 나왔다. 다산목민대상을 받은 지자체들의 정책은 타 지자체에 전파됐고, 정부정책으로 채택됐다.

환경분야에서는 전남 함평군 순천시, 충남 서천군의 생태관광정책과 서울 강동구의 도시농업이 대표적 사례다.

복지분야에서 서울 관악구의 '작은 도서관'은 타 지자체에서 동네별 특화도서관으로 진화 중이고, 전북 완주군의 '500원 농촌택시'는 농촌복지공동체의 대표정책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경기 부천시가 가장 빨리 조례를 만들었고, 서울 성북구와 노원구가 먼저 시행한 '생활임금정책'은 최저임금 등 사회에 미친 영향이 크다.

행정개혁분야에서 광주광역시 북구의 '마을 만들기'와 '주민참여예산'은 전국 지자체에 퍼진지 오래다. 서울 성북구의 '마을 민주주의'는 새 정부 들어 도시재생과 연계돼 주민참여를 넘어 주민에게 주도권을 주는 대표정책이 됐다. 서울 노원구의 '기후변화 대비'와 경기 시흥시의 '주민자치회' 등도 주목을 받고 있는 정책이다.

지역발전 활성화 분야에서도 좋은 정책들이 많이 나왔다. 경남 고성군 '공룡나라', 전북 군산시 '기업유치정책', 전남 장흥군 '바다자원 활용', 대구 중구 '구도심 활성화정책', 경기 광명시 '광명동굴' 등이다.

2018년은 '지방자치' 분기점 = 이제 지방자치도 성년이 됐다. 주민의 손으로 단체장을 뽑은 지 벌써 23년이 흘렀다. 중앙정부와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에게 돌려주자는 '지방분권개헌'이 추진되는 시기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이 갖춰야 할 강령으로 율기(근검·청렴 등 자기관리를 잘 할 것) 봉공(공인의식에 입각해 법과 예를 따를 것) 애민(백성을 사랑할 것)을 얘기했다. 지금도 이런 강령은 유효하다.

공직자가 부패한 사회는 한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지방자치의 여러 가지 문제점은 중앙의 악습과 닮아있고, 중앙과 연결된 것이 많다. 하지만 중앙정부만 탓해서는 풀리지 않는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지자체 공직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

지방분권시대가 열리게 되면 '다산목민대상'의 의미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산목민대상'이 발굴한 다양한 지자체의 정책은 지방행정의 혁신과 동시에 새로운 지방행정의 길을 제시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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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택 기자 durum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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