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다산에게 길을 묻다│경기 부천시 '공공분야 혁신' 제7회 다산목민대상 수상

구청은 도서관, 소각장은 문화창작소

2018-03-16 10:15:22 게재

전국 최초로 '구 폐지'하고 광역동 추진

부천역광장·폐소각장 등은 시민 품으로

"과거 오정구청이 있을 때는 특별히 갈 일이 없었는데, 구청사가 도서관으로 바뀐 뒤로는 거의 매일 찾고 있어요. 도서관에 온 김에 보건소도 이용하게 돼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부천시가 행정혁신 1단계로 구를 폐지함에 따라 전 오정구청사에 조성된 시립오정도서관. 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보고 있다. 사진 부천시 제공


15일 경기도 부천시립 오정도서관에서 만난 유성권(45·원종동)씨는 "요즘 자격증 시험 준비로 매일 오정도서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은 2년 전만 해도 오정구청사였다. 부천시는 2016년 7월 4일 전국 최초로 3개 구(원미·소사·오정구)를 없애고 10개 행정복지센터(책임동)로 행정체제를 개편했다.

이에 따라 옛 오정구청사는 '오정어울마당'으로 바뀌었다. 오정어울마당에는 시립오정도서관을 비롯해 노인복지관, 행복센터, 보건센터 등이 들어섰다.

옛 원미·소사 두 구청사 역시 경기일자리센터와 보건센터, 복지관 등 주민을 위한 시설로 바뀌었다. 그 결과 민원처리시간이 단축되고 주민편익이 증진되는 등의 성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천시가 지난해 말 한국정책분석학회에 의뢰한 평가용역 결과에 따르면 3곳의 어울마당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시민들의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5점으로 나왔다. 접근성도 과거 구청이 있을 때보다 8분가량 향상됐다. 3개 구 운영경비 40억원을 절감, 출산장려시책에 투입했고, 유휴공간(옛 구청사) 활용으로 약 3000억원의 기대효과도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부천표 '버스정보시스템' 해외 수출 = 부천시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광역동' 체제로 개편하는 행정혁신 2단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현재 36개 동을 10개 광역동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부천시 광역동 시행방안 연구용역'을 진행, 막바지에 와있다. 시민·공무원·시의원 등을 대상으로 수차례 공청회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정환표 부천시 행복센터팀장은 "구를 없애고 행복센터를 구축한 것은 시-구-동 3단계 행정체계를 시-동 2단계로 바꾸는 과도기 단계"라며 "의원정수 유지방안 등 복잡한 문제가 많지만 대안을 찾아가며 시민중심의 광역동 체계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 폐지, 행복센터 신설'은 부천시의 대표적인 행정혁신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부천시는 이외에도 공공분야에서 다양한 혁신사례를 창출해왔다. 민선 5기 출범과 동시에 전국 최초로 민간 공인회계사를 감사관으로 임용, 공직 내외부의 부패방지시책을 강도 높게 추진한 결과 2014년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가운데 1위를 차지하는 등 청렴도가 크게 향상됐다. 생활임금 조례를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제정하고 노점상과 택시가 점령했던 부천역 광장 전체를 목재데크로 리모델링(마루광장)해 주민들에게 돌려줬다. 이곳에선 사계절 내내 비보이대회 부천전국대학가요제 버스킹대회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린다.

부천시는 지자체 최초로 복식부기를 도입하고 버스정보시스템(BIS)을 국내 최초(2003년)로 개발하는 등 다방면에서 행정혁신을 이뤄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15년 다산목민대상 본상을 수상했다. 특히 버스 도착예정시간을 알려주는 BIS는 지난해 충남 서산시에 보급한데 이어 올해 전북 남원시와 충북 옥천군에 보급할 계획이다. 해외에도 수출할 전망이다. 시는 몽골과도 수출사업에 대해 협의했다.

버려진 시설 활용해 도시재생 물꼬 = 용도 폐기된 정수장 소각장 등을 공원·문화시설로 활용한 도시재생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가동이 중단된 삼정동 쓰레기 소각장은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삼정동 소각장은 1995년부터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소각하던 폐기물처리시설이었다. 그러나 소각로의 규모가 적고 다이옥신 농도가 기준치를 넘어서는 등 문제가 발생해 결국 2010년 폐쇄됐다. 이후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돼 문화공간으로 변신을 시작,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오는 4월 문을 열 예정이다. 새 이름은 '부천아트벙커B39'다. 공연·전시가 가능한 멀티미디어홀과 야외공간, 북라운지, 교육실, 카페 등이 설치된다.

'부천여월농업공원'은 2001년까지 20년 간 수돗물을 공급하던 옛 여월정수장을 활용해 조성했다. 도심에서 캠핑과 텃밭 가꾸기 등을 체험할 수 있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정수장의 침전지, 여과지 등의 시설물을 허물지 않고 활용했다. 여월정수장과 함께 2001년 폐쇄돼 장기간 방치됐던 도당배수지에는 천문과학관이 들어섰다. 이곳은 천체관측실, 전시실, 교육실은 물론 전망데크와 풀밭쉼터 등 휴식공간도 갖추고 있다.

복개된 뒤 31년간 도로로 사용됐던 심곡천(심곡 시민의 강)은 지난해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났다. 하천바닥을 콘크리트가 아닌 흙바닥으로 조성하고, 굴포하수처리장의 재이용수를 흘려보내 유지관리비(연 1억2000만원)가 적게 드는 게 장점이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공직자 내부로부터 혁신을 통해 투명한 행정,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행정을 구현하고, 시민과 약속한 사업들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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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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