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다산에게 길을 묻다│대구 동구 '지역 균형발전 사업' 제5회 다산목민대상 수상

마을마다 특성 살려 균형발전 이뤘다

2018-03-22 10:13:33 게재

금호강 서쪽 마을, 도시재생으로 활기

연근단지·측백숲 활용해 일자리 창출

대부분의 도시들이 균형발전 문제를 안고 있다. 발전하는 곳이 있고 소외된 곳이 있다. 대구 동구도 마찬가지다. 도시발전에서 명암이 뚜렷하다. 금호강을 중심으로 동-서간 격차가 크다. 금호강 동쪽은 2016년 광역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선 동대구역을 중심으로 쇼핑과 교통의 거점이 됐다. 연간 350만명이 이용하는 대구공항도 이 지역에 있다. 앞서 2005년 대구혁신도시 유치, 2007년 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 조성, 2011년 이시아폴리스 패션특구 지정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단시간에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후 처음으로 선정된 효목2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중인 효목동 70계단. 사진 동구 제공

문제는 금호강 서쪽이다. 인구가 줄어 도심공동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폐가와 빈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2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도 88%나 된다. 주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이 같은 동-서간 불균형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됐다. 두 지역의 균형발전 없이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이뤄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동구는 이 문제를 푸는 열쇠를 '도시재생'에서 찾았다. 지역의 문화와 자원을 활용한 '안심창조밸리'가 진행되고 있다. 주민협의체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자연과 문화를 접목한 도시재생으로 추진 중인 '천연기념물 원(ONE) 도동문화마을' 사업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문재인정부 도시재생뉴딜 선도사업으로 효목동의 '소소한 이야기, 소목골 사업'이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연근 마을에 왕건·견훤 소환 = 동구 안심 지역은 연근 재배단지로 유명하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반부터 연근 재배를 시작해 지금은 전국 최대 생산지다. 그나마 연근 때문에 명맥을 유지해온 마을이다. 하지만 연근 수확이 끝나는 9월 이후에는 마을 전체가 활기를 잃는다. 야간에는 청소년범죄 등에 쉽게 노출돼 급기야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특히 대구혁신도시와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가 들어서고 배후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섰지만 유독 안심 지역에는 그 흔한 낙수효과도 없었다.

대책을 궁리하던 동구는 이 지역에 연근을 주제로 한 특화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휴양관광과 생태탐방 두 가지 목표로 설계된 안심창조밸리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2013년 정부 도시활력증진지역 공모사업에 선정돼 8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면서 사업이 힘을 얻었다. 마을에 생태탐방로를 만들고 2008년 폐쇄된 간이역 금강역에 레일카페를 만들었다. 주민들 스스로 협동조합도 구성하고 마을기업도 만들었다.

역사 속 왕건과 견훤도 소환했다. 마을이름 안심이 이들과 연관이 있다. 후삼국시대 왕건이 팔공산전투에서 견훤에 패해 도주하다 이 마을에 이르러서야 마음을 놓았다고 해서 안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적막했던 마을은 다시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을을 찾을 정도다. 동구와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연꽃축제와 버스킹공연, 사진전 등을 마련하고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연근을 활용한 생산물들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연근쿠키와 연근차는 수요가 많아 생산량이 부족할 정도다. 연근주 연근국수 연근비빔밥 연잎밥 등도 인기다. 안심창조밸리 사업은 2016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경진대회에서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부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았다.

측백향 가득한 도동 문화마을 = 동구 도동 향산마을 앞에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인 측백나무숲이 있다. 1962년 12월 3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면적이 3만5603㎡나 된다. 높이 100m, 너비 600m 안팎의 절벽이다. 나무 높이 5~7m인 측백 7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동구는 이 측백나무숲을 활용해 향산마을을 '천연기념물 원 도동문화마을'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자연경관과 문화자원에 이야기를 입혀 생태·힐링 체험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우선 마을을 7개의 거점구간으로 나누고 이야기담장을 조성했다. 거점구간에는 향기있는 마을, 배려의 길, 측백향 물들이기, 그림향기, 산성을 향한 기둥, 불로천 같은 이름을 붙였다. 이곳에는 각각의 특색에 어울리는 산책로와 휴식공간이 조성된다. 마을에는 커뮤니티센터도 건립돼 주민프로그램 활동을 지원한다. 자연 자원을 활용한 힐링투어프로그램 개발, 스토리텔링 발굴, 축제 개최, 협동조합 지원 등에도 힘을 싣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5월 개장 예정인 용암산성 오토캠핌장과 팔공산 둘레길, 옻골마을, 불로고분군 등 주변의 다양한 관광자원과 연계해 사람들이 쉬어가고싶은 마을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100년 된 전통마을 '소목골' = 효목2동 478번지 일대는 문재인정부의 국정 100대 과제 중 하나인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다. 이 마을은 동대구환승센터와 동대구역, 신세계백화점, 만촌이마트 등이 들어선 지역이다. 대구 어느 지역보다 화려한 마을이다. 하지만 그늘 또한 짙다. 대형 건물들 사이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역은 활력을 잃었다. 원도심 100년의 전통을 가진 마을이지만 지금은 희망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구는 이곳에 '소소한 이야기, 소목골'이라는 이름을 붙인 도시재생뉴딜사업을 벌인다. 소목골, 소목장터, 70계단, 효목로를 잇는 구간을 대상 지역으로 설정했다. 주거복지 및 삶의 질 개선, 일자리 창출 및 도시 경쟁력 회복, 사회통합 및 지속가능성 향상 등을 목표로 잡아 올해 첫 발을 내디뎠다. 주민들은 "소목골은 100년 전 조성된 근대 골목 구석구석엔 쿡 찌르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마을"이라며 "첨단과 전통이 공존하는 마을, 주민들의 웃음이 골목마다 가득한 마을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강대식 동구청장은 "지역 내 불균형을 방치하고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옛 마을 곳곳에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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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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