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도시재생 현장을 가다

'문화예술 디자인 주민참여·소통'이 핵심

2018-11-28 11:07:53 게재

도심 폐교지역이 복합문화공간 변신

철로 밑 공간에 디자인 입혀 상가로

일본 도쿄의 도시재생 사업이 경북 청년디자이너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도심 폐교지역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꿔놓은 '3331 아츠 치요다'와 철로 밑 공간에 디자인을 입혀 상가로 변신시킨 '2k540 아키-오카 아티잔'을 둘러본 청년디자이너들은 경북의 도시재생 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에 빠졌다.

◆옛 중학교 주민 예술 공간으로 = '3331 아츠 치요다'는 개교한지 40년이 넘은 폐교에 들어섰다. 지난 2005년 고령화에 따른 도심공동화로 폐교한 렌세이중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역주민과 예술작가들의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곳은 일본의 중심 도쿄에서도 가장 붐비는 아키히바라와 우에노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위 사진은 일본 도쿄 도심에서 폐교된 학교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3331 아츠 치요다' 전경이다. 아래 사진은 일본 도쿄 도심에 있는 수공예품 상가 '2k540 아키-오카 아르티잔'이다. 도쿄(일본) = 최세호 기자


'3331'은 '에도잇폰지메'라는 일본의 고유문화로 에도시대부터 어떠한 일을 마무리할 때 끝맺음이 잘되었다는 감사의 의미로 세번씩 세번 치고 마지막에 한번 치는 박수를 말한다.

지난 16일 찾은 '3331'에는 개장시간 전인데도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주부들이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 2층과 지하 1층 갤러리에서는 6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이 고목 아래 벤치에서 도시락을 먹는 공원 역할을 했다. 건물 외관은 폐교 당시와 달라진 게 없다. 광장의 고목은 물론 강당, 교실의 미닫이문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건물 전체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전면 입구로 쓰이는 공원이 학교건물 뒤편 수영장이었다는 정도다.

1층에 들어서면 안내데스크와 카페, 문구와 소품가게가 있다. 한쪽에는 버려진 장난감으로 만든 공룡작품을 전시한 갤러리가 눈에 띄었다. 2층에는 갤러리와 체육관, 구민회의실 등이 있다. 3층은 출판사와 프로젝트공간 등이 있다. 지하 1층에도 9개의 갤러리와 스튜디오가 있다. 농구장 등으로 활용됐던 옥상 한편에는 유기농 농장도 마련돼 있다.

지하 1층을 포함 4개 층에는 40여명의 작가와 기업, 단체가 입주해 있다. 한국인 예술가도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입주대상은 공개모집과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임대료는 도쿄 외곽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까운 거리에 전철역(스에히로초역)과 전자기기와 에니메이션 회사가 밀집된 아키히바라가 있어 유동인구가 많아 입주예술가들이 만족하고 있다.


종이예술가인 마사하루 마쿠치(49)씨는 "도쿄 도심에서 넓은 작업실을 구하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주민과 소통하고 주말이면 많은 방문객이 쉽게 찾아올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마쿠치씨는 "주말에는 100여명 이상이 찾아 갤러리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고가의 작품들을 즉석에서 구매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창작과 전시, 작품 판매가 가능한데다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연간 방문객은 100만명이 넘는다. '3331'은 민간이 독자 운영하는 '민설민영방식'으로 운영된다. 건물 소유권을 가진 치요다구는 초기 리모델링 비용 20억엔을 부담했을 뿐이다. 운영 자율성이 보장돼 24시간 열려 있다. 운영비는 임대료와 상품판매 등의 수익금으로 조달한다. 시민들의 호응으로 운영수익이 늘어나면서 흑자경영을 유지한다.

◆쇼핑·공예체험 동시에 = '3331 아츠 치요다'에서 불과 1㎞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는 '2k540 아키-오카 아티잔'은 일본 특유의 공간 이용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철로 아래 음지에 명품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상가와 공방이 화려하게 자리잡고 있다. JR동일본 도시개발이 2012년 12월 만들어 전통공예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명소로 변신시켰다.

'2k540'는 도쿄역을 기점으로 이곳까지의 거리를 나타낸 철도용어다. 도쿄역에서 2㎞540m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아키-오카'는 '아키하바라-오카치마치 사이', 아티잔은 기능인을 의미한다.

이곳에는 보석, 인테리어 소품, 가죽공예품, 의류, 카페 등 50여개의 공방과 판매점 등이 들어서 있다. 쇼핑과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나무공예작품 가게는 방문객의 발길을 끌었다. 단순한 열쇠고리에서부터 휴대폰 케이스, 손목시계는 물론 컴퓨터 키보드까지 나무로 만든 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단풍나무와 호두나무 등 다양의 목재를 원료로 축적된 기술력이 접목된 공예품들이다.

유지홍(대구가톨릭대 디자인대학)씨는 "목재의 부드러움과 온화함에 숙련된 공예가의 기술이 접목되고 트렌드를 반영한 공예품을 보고 놀랐다"며 "도시재생에도 반드시 디자인개념이 도입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식 디자인정책연구원 이사장은 "도시공동화로 폐교된 학교를 주민과 소통하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다시 만들어 도심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슬럼화될 게 뻔한 철로 아래의 음침한 공간에 디자인을 입혀 명품공예품 공방과 상가로 변신시킨 것이 도시재생과 디자인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청년디자이인 특공대 = 경북도는 청년디자인전문가 육성을 위해 2년째 '청년디자인 4.0 특공대' 사업을 시행 중이다. 올해는 기업과 마을 디자인 분야에 6개 팀씩 청년디자이너 36명을 매칭해 사업을 추진했다. 기업디자인 분야에서는 지역의 중소기업 제품을 청년의 감각을 살려 디자인했다. 마을 디자인 쪽에서는 영주와 문경, 군위 등의 마을을 꾸미거나 지역의 관광상품을 만들어 제공했다.

경북도는 사업에 참여한 12개 팀 중 3개 팀(9명)을 선발해 해외연수 특전을 제공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작품 공모를 거쳐 우수작품 수상자에 상금을 제공하는 것과 차별화했다. 청년디자이너들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선진지 견학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경북테크노파크와 (사)디자인정책연구원이 연수프로그램을 짰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일본 도쿄의 빅사이트 전시장, 2121 디자인사이트, 3331 아츠 치요다 등을 견학하는 일정이었다. 청년디자이너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는 '3331 아츠 치요다'와 '2k540 아키-오카 아티잔'을 소개한다.

이 두 곳의 공통점은 없어지거나 버려질 수 있는 공간에 문화와 예술과 디자인개념을 불어넣어 생기 있는 공간으로 재생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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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 =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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