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10주년, 바뀐 게 없다

계속되는 강제 철거에 피해자 절규 이어져

2019-01-17 12:00:24 게재

무분별한 민간수용 여전

세입자 낮은 보상 '신음'

"철거민들이 이 땅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해 망루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잘못된 재개발을 바로 잡아 주세요."

청량리4구역 폐상가 옥상 시위 | 청량리4구역 연합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폐상가 건물 옥상에서 철거보상 요구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10년 전 용산참사 피해자 장례식장에서 한 유가족이 절규하며 부르짖은 호소다. 그의 호소는 10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았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청량리, 돈의문, 장위동, 아현동 등에서의 강제철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13일부터 건물 옥상에 올라가 쇠사슬을 목에 두르고 "강제철거를 하면 떨어지겠다"며 5일째 저항하고 있는 청량리4구역 재개발현장 주민의 절규는 10년 전 용산주민의 바로 그 목소리다.

참사가 벌어진 지 10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의 절규가 계속되는 것은 근본원인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의 무리한 강제진압은 사라졌지만 참사를 낳았던 원인인 재개발사업의 미흡한 세입자 보상과 민간의 수익사업에 수용권을 주는 무분별한 민간수용법도 여전하다.

성균관대학교 김일중 교수는 16일 "용산참사는 세입자에 대한 턱없이 낮은 보상으로부터 촉발됐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무분별한 민간수용을 허용하는 현행 법제 역시 근본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온갖 종류의 공익이라는 미명으로 국민재산권을 강탈하는 행위들에 대해 상식 이상으로 무감각한 공무원들의 의식수준 또한 언제든지 이러한 참사를 야기하는 필요조건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60여개 법률은 공공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개발사업에서 민간수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 법들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은 개발사업자들은 법의 이름으로 수용권을 행사하며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주민들을 내쫓고 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퇴거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청량리4구역 재개발의 백채현씨는 "지난해 11월 경찰의 비호아래 용역깡패 200명은 오함마와 빠루로 때려 부수고 세입자들을 향해 소화기를 난사하며 돌진했고, 쓰러진 노인을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는 살인적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월계2 인덕마을 재건축정비사업구역 김진욱씨는 "대책위 33명중 토지가옥주 2명은 시가의 50~60% 감정평가로 재산이 반토막 났고, 31명의 상가세입자는 시설 및 영업보상은커녕 (보상없이) 맨몸으로 길거리에 쫓겨나 4년간 억울함과 분노로 싸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아무런 해결도 없이 과거의 적폐가 계속되고 있다.

김 교수는 "60여개 법률의 민간수용 조항들을 우선 철저히 재정비해야 한다"며 "더불어 수용자에게 편파적으로 이롭도록 짜여진 보상체계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피수용자들이 겪어 온 경제적 강탈과 정신적 공황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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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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