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엔 더이상 '인촌로' 없다

2019-02-28 11:43:10 게재

27일 마지막 명판 교체

서울 성북구에서 인촌로 흔적이 사라졌다. 성북구는 1991년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지정한 뒤 28년간 인촌로를 안내하던 마지막 도로명판을 27일 교체했다고 밝혔다.

인촌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작업은 이승로 구청장이 맡았다. 구는 이날 삼선동5가 구청 뒤편 바람마당 앞에서 주민과 상인 대학생 항일운동단체 등 200여명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인촌로, 새 역사를 시작하는 고려대로' 행사를 열었다.

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이 27일 지역 내 마지막 인촌로 도로명판을 제거한 뒤 주민들이 택한 이름인 고려대로 명판을 부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성북구 제공


이 구청장은 관계자 도움을 받아 인촌로를 내리고 주민들이 택한 이름인 고려대로 명판을 내거는 작업을 했다. 작업이 끝날 즈음 주민들 사이에서 만세 삼창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승로 구청장은 "일제 잔재가 담긴 도로명이 적지 않지만 사용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조건때문에 대도시에서는 개명 사례가 흔치 않다"며 "민·관이 협력해 이룬 성북구 사례가 다른 지자체에 큰 자극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촌로는 지하철 6호선 보문역부터 고대병원~안암역~고대앞사거리 1.2㎞에 걸친 폭 25m 도로. 인촌로1길 등 연결도로까지 더하면 27개에 달한다. 도로명판 107개와 건물번호판 1519개에 인촌로가 표기돼있었다. 구는 27일 마지막 도로명판을 교체하면서 1626개 안내 시설을 모두 바꿨다. 주민 불편을 덜기 위해 안내문을 발송하고 세대별로 직접 방문,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공공 장부상 도로명주소 전환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인촌로 도로명 주인공인 김성수는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명단에 올랐고 정부는 훈장 취소와 생가 동상 등 5곳을 현충시설에서 해제했다. 성북구는 항일독립지사선양단체, 고려대 총학생회 건의를 적극 수용, 지난해 8월 도로명 직권변경 계획을 마련하고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11월 여러 주민들이 선택한 고려대로로 변경했다.

지난 연말 주소 사용자 9118명 가운데 5302명(58%) 서면동의를 받아 도로명 변경이 확정됐다. 지적과 직원 전체와 조사요원들이 나서 주소를 사용하고 있는 세대를 평균 5회 이상 방문해 추진 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한 결과물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주소 사용자 9118명을 일일이 만나 받은 동의서 명부 30여권과 새 역사를 상징하는 고려대로 도로명판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성북동 심우장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뒤 오늘까지 이어진 성북구의 독립정신을 상징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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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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