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오류투성이 역사달력 '곤혹

2019-02-28 11:43:10 게재

날짜·명칭 잘못 표기에 근거 없는 일화 소개해 교육청 몰래 학교 배포

인천시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학생들에게 배포할 역사달력을 제작했다가 도리어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날짜가 틀리거나 역사적 사실이 잘못 표기되는 등 달력에 오류가 무더기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달력은 인천문화재단 역사문화센터에서 작성했다.

인천경실련은 27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인천문화재단이 제작해 배포한 역사달력이 제작 취지에 위배되거나 역사적 왜곡(오류)이 많아 인천시에 고증을 공식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지금이라도 오류투성이 달력을 전량 회수하라"고 요구했다.

인천경실련에 따르면 역사달력은 우선 지역의 대표적인 만세운동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았고, 3.1운동의 계기가 됐던 2.8 독립선언을 누락했다. 1883년 1월 1일인 인천항 개항일을 2월 8일로 잘못 표기했다. 10월 15일인 인천시민의 날도 10월 11일로 잘못 표기했다. 황어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심혁성 애국지사에 대해서는 역사적 고증자료가 없는 사실을 기록했다. 인천 최초의 전화통화 기록도 1월 24일인데 1월 28일로 적었다. 고종이 수감 중이던 김 구 선생의 사형집행을 전화로 중단시켰다는 내용은 전보로 중단시켰다고 바로잡아야 한다. 2월 8일로 기록된 러일전쟁(해전)은 2월 9일로 고쳐야 한다. 이 밖에도 인천경실련이 찾아낸 오류가 더 있다.

이처럼 역사달력 내용에 많은 문제가 제기됐지만 인천시는 배포를 강행했다. 특히 인천시교육청도 모르게 일선 학교에 보내놓고 배포를 지시했다. 인천경실련은 인천시에 역사고증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경실련은 "오류 논란에도 불구하고 배포를 강행한 책임자를 징계하고, 인천시장이 직접 나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역사달력 회수 여부는 문화재단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다만 오류가 생긴 과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살펴보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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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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