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정책 ‘일관성 부족’이 불신 키워

2019-09-10 12:01:46 게재

내놓는 정책 ‘재탕 삼탕’

정권 바뀌면 ‘흐지부지’

“기술독립이요? 안 믿어요.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잖아요. 내놓는 정책이 재탕 삼탕인데다 일관성도 없잖아요.”

지난달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 대책’을 발표한 후 만난 삼성전자 협력사 1세대 벤처기업인은 정부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 산업부 고위직 인사도 “20년간 소재부품정책을 펼쳤는 데도 만성적인 대일무역 적자가 지속되는 건 정부정책의 실패”라며 “정책성과가 없다보니 비슷한 내용이 재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일신문이 2001년 발표된 ‘제1차 부품소재발전기본계획’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중요한 소재부품정책을 비교한 결과 핵심과제는 매번 비슷했다.

대표적인 중복사례는 ‘핵심기술 확보’를 주창한 점이다. ‘100대 융복합 부품소재 핵심기술 확보’(2차 기본계획) ‘10대 핵심소재 조기 상용화’ ‘100대 소재부품에 대한 지원’(3차 기본계획)에 이어 이번 대책에도 ‘100대 핵심 전략품목 조기 공급안정화’를 목표로 삼았다.

중소기업 육성도 숫자만 바꾼 재탕이다. 3차 기본계획의 ‘글로벌 부품소재기업 100개 육성’과 이번 대책의 ‘글로벌 전문기업 100개 육성’ ‘중소기업스타트업 100개 육성’ 계획이 유사하다.

이런 형식적인 단기정책은 막대한 세금만 낭비한 채 부품소재의 경쟁력만 떨어뜨렸다.

소재부품장비 통계가 구체적으로 잡히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작년까지 기록한 대일무역적자 누계는 3984억달러였다.

단 한해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2018년 대일무역적자 241억달러 중 소재부품장비 적자가 224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11개 소재부품 분야 중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 업종은 2010년 7개에서 2017년 4개로 줄었다.

특히 효과없는 정책중복은 기업들에게 깊은 불신을 심어줬다. 중소벤처기업들은 정책불신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문화에 악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상생협력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동윤 동아대 교수는 “정부가 기업에 신뢰를 줘야 소재부품국산화 전략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정책의 지속성’과 ‘신뢰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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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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