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 | 국회 안의 두 '상왕'

법사위·예결위, 법안·예산심사 '쥐락펴락'

2019-11-29 11:24:22 게재

상임위 통과됐더라도 체계심사 이유로 내용 바꾸거나 '계류'

예결위 소소위에서 증액심사 독차지 … 상임위 의견 무시

"법사위에 체계심사권만 줘야" "예결위 소소위는 없애야"

국회 안에서는 상임위 위에 상원과 같은 또다른 위원회가 두 개나 있다. 하나는 법제사법위원회이고 다른 하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다.

두 곳에 권한이 너무 집중돼 '상임위 중심주의'를 표방한 우리나라 국회 운영방향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안 심사하는 3당 간사협의체 |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간사(오른쪽부터),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자유한국당 이종배 간사(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지상욱 간사가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예산안 심사를 위한 3당 간사협의체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29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까지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6815개로 상임위원회에서 이미 통과된 법안 7585건에 비해 770건이나 적었다.

이 770건은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에 걸린 법안들이다.

법사위에서는 상임위에서 통과한 법안이 다른 법안과 배치가 되지는 않는지 또는 법률적 체계나 용어가 적절한지를 따져보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법사위원들의 반대로 본회의 상정을 차단하거나 본질적 내용이 수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법사위가 상임위 통과한 법 내용 고치기도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가 체계·자구 심사를 이유로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의 본질적인 내용까지 수정하거나 법률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장기간 계류되어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모든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어 현행법에 규정되어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제도를 폐지하고, 각 상임위원회에서 소관 법률안에 대해 개별적으로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에 106명의 동의를 받아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최명길 의원과 황주홍 의원은 체계나 자구심사는 허용하되 본질적인 내용을 심사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19대 국회(2013년5월)때 통과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 해당 상임위인 환노위에는서 화학물 유출사고로 중대한 피해를 일으킨 기업에 과징금으로 전체 매출액의 10%을 매기도록 했으나 법사위에서 '사업장 매출액의 5%'로 낮추도록 고쳐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비법적기구 소소위에 쏠린 심사권 = 예결위도 예산심사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심사기간이 부족해 상임위에 예비심사기간을 거의 주지 않고 곧바로 심사에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한데다 대부분의 감액, 증액 심사가 예결위 안의 '소소위'에서 이뤄진다. 예산심사에서 상임위 심사는 허울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도 3당 여야 간사만의 모임인 '소소위'에서 513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심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소소위는 법적 기구가 아니다. 15명으로 구성된 예산안조정소위에서 합의보지 못한 내용을 여야 간사단이 모여 일괄적으로 합의점을 찾던 것이 '관례'가 됐다.그러나 소소위에서 처리하는 건수가 대부분인데다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맹점이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의 주장대로 회의내용을 공개하고 회의록을 작성하겠다는 여야간 합의는 실현되지 않았다.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는 먼저 감액심사를 하는 데 679개 사업 중 197개만 합의에 성공했으며 482건을 보류돼 모두 소소위에서 처리하게 됐다. 소소위가 예산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것은 증액 권한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심사기한을 이틀 남겨놓은 상황에서 증액권한은 사실상 소소위만의 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증액이나 새로운 세목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기재부)의 승인이 필요해 기재부 차관도 같이 소소위에 참여한다. 이곳에서 감액 규모에 맞춘 증액사업과 금액이 결정된다.

국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과 예산정책처장 출신의 김춘순 순천향대 기술경영행정대학원장은 그의 저서 '국가재정'을 통해 "증액심사는 위원장과 간사에게 위임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심사관례"라며 "소수의 위원만이 증액심사에 관여하게 됨으로써 심사의 효율성은 확보될 수 있는 반면 비공개적으로 심사를 진행됨에 따라 쪽지예산, 밀실예산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예결특위의 소소위 운영은 효율적 심사를 핑계로 한 관행이지만 탈법행위일 뿐"이라며 "장막 뒤에 숨어 예산을 심사하지 못하도록 국회법에 소소위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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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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