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용 ‘관리모드’에 김정은 판 흔들 것”

2020-02-19 11:50:51 게재

전문가 북미교착 상황 진단

“북, 미 레드라인 범위 안에서 충격행동 타이밍 조절할 것”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번지면서 북한이 국토 밀봉 수준의 비상방역에 총력을 쏟고 있다. 북한이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을 선포하면서 조성된 북미교착이 더 굳어지는 모양새다.

대선국면에 진입한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는 3차 북미정상회담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CNN 보도가 나왔고, 마크 램버트 대북특별대사와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 등 한반도 라인이 유엔으로 이동하게 됐다.

11월 3일 대선까지 북미간 대화의 판은 살려두되 북미 3차 정상회담은 내년으로 미루자는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깨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비핵화협상을 유보하는 ‘관리모드’가 자신의 재선에 유리하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북한이 과연 여기에 손발을 맞춰줄까. 부정적 견해가 많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의 구상대로 기다려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감한 정치일정에 맞춰 대미 압박 행보에 나설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원회의 발언인 “충격적 실제행동”, “새로운 전략무기”를 일컬은 진단이다.

이와 관련,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의 이달 7일 언급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북한 지도자는 항상 자신의 약속을 이행한다”면서 “그(김 위원장)가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으면 이는 그 일이 조만간 반드시 일어날 것임을 의미한다”고 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레드라인’을 건드리진 않겠지만 정세 변동의 파장을 부를 만큼의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하나의 주탄두 안에 여러 개의 자탄두를 넣은 다탄두 유도탄(MRV)이나 다탄두 각개유도 핵미사일(MIRV) 시험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의 잠수함 발사 △일본 상공을 가로지르는 스커드ER 개량형 발사 △우주발사체 발사 등을 꼽았다.

북한이 행동에 나설 타이밍으로는 여러 시점이 지목된다. 조 위원은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여부, 4월말~5월초 뉴욕에서 열리는 NPT(핵확산금지조약) 50주년 평가회의, 8월 말 미 공화당 전당대회,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등 여러 계기가 있다”면서 “다음달 한미연합훈련이 기존처럼 진행된다면 북한이 바로 행동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보다 낮은 수위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트럼프가 이른바 ‘체제존엄’을 건드리는 일이 없는 한 북한은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열병식으로 새 전략무기를 공개하거나 김정은의 미사일 엔진시험 현지지도 등의 방식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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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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