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처벌하기보다 관계회복에 무게둬야"

2021-03-03 12:55:38 게재

전수민 교육법률 전문 변호사

전수민 변호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시교육청 소속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교육부의 최초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 제작에 참여했고 서울시교육청 교권보호 위원, 학교폭력사안처리지원단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사진 이의종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이 병행됐는데 학교폭력 양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전 변호사는 "교육부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듯 2020년 학교폭력은 객관적인 수치는 감소했지만 사이버 폭력과 집단 따돌림 비중은 증가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대면하는 기회 자체가 줄어 학교폭력 수치의 감소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 사이버 폭력은 증가했고, 온라인으로 소통하다 보니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고 오히려 오해가 확대돼 집단 따돌림으로 발전하는 사안이 많아졌다.

학교폭력 사건 가해자에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그와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전 변호사는 "현재의 학교폭력 처리 과정은 관계 회복이나 갈등 조정, 화해의 방향보다 분리,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치우쳐 있다"며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대화 혹은 시간의 힘을 빌려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친구 관계의 자연스러운 변화나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 간의 단순한 갈등이 모두 '학교폭력 사건'으로 치환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사건이 되면 여러 절차를 거치면서 학생, 교사, 학교, 학부모 등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어 자신의 입장만 강조하기 쉽다. 또 섣부르게 화해를 시켰다가는 학교폭력 은폐·축소, 2차 가해가 될 수 있고 책임 소재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가장 손쉬운 방법인 분리부터 진행한다.

이후 처벌이 이뤄지는데, 가해자는 분리와 처벌로 대가를 치렀다고 여기거나 과잉 처벌을 받았다는 생각에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이나 반성이 오히려 희석되는 경향이 있다. 피해자 역시 그 과정에서 상처를 떠올리는 한편, 가해자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해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 적지 않게 생긴다. 서로 내상이 상당하다.

전 변호사는 이를 지켜보면서 요즘 학생들은 관계를 회복하고 용서하고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깨우치지 못하고 결핍된 채로 성장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든다. 이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할까? 학교폭력을 비롯해 학교 내 구성원인 학생, 교원, 보호자 간의 갈등인 학대, 교권 침해는 분리나 처벌에 앞서 선도, 교육, 화해, 관계 회복의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변호사는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학교폭력은 교통사고와 비슷하다. 약간의 부주의로도 발생할 수 있고 10:0의 과실 상황도 거의 없다. 누구나 가해 또는 피해 학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자녀를 탓하기보다는 공감해주고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줄 것을 권한다."

박민아 리포터 mina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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