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지키는 지역문화│인터뷰 - 허정숙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

"정책적 의제와 대안 발굴 위해 노력"

2021-07-22 11:16:29 게재

지역문화재단, 재난기구 역할 가능 … 지자체와 대등하게 정책 파트너 돼야

■지역문화재단이 왜 필요한가.

1970~1980년대 '문화의 민주화' 흐름이 나타나면서 정부는 국민들이 좋은 공연을 곳곳에서 볼 수 있도록 예술회관 미술관 등 하드웨어들을 설립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후 지역의 요구를 반영하는 지원들이 실행됐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문화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방자치와 문화자치를 실현하는 토대가 되는 지역문화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역문화란, 지방자치단체 행적구역 또는 공통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형 무형의 활동을 말한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역문화재단의 설립 근거가 만들어졌다. 지역문화재단은 공연장, 미술관 등 여러 문화시설을 운영하고 축제 생활문화 문화예술교육 등 지역문화예술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전반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을 질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허정숙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 │현 구로문화재단 대표/현 예술인복지 지역협력위원회 위원/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서울인천지회 이사/전 서울문화재단 이사/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양성평등소위 위원 사진 이의종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역문화재단은 어떤 역할을 했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변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상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는 특별한 것을 하기 보다는 일상을 지키는 게 혁신적이다.

문화시설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예술인들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주민들의 문화향유권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 이런 일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방역은 중요하지만 공연장을 닫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역문화재단들은 적게는 몇 십억에서 많게는 몇 백억까지 예산을 쓰는 기관이다. 이 기관들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재난기구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편, 아쉬운 점도 있다. 지역문화재단들은 공연장의 방역을 강화하고 온라인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그런데 지역문화재단들이 공연장 방역이나 온라인 프로그램 강화 등을 하는 데 있어 지원이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연장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과 지원이 이뤄져야 지역문화재단들이 장기적으로 지역 생태계를 유지하고 활성화해나가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도 생활문화를 즐기는 데 어려움이 있었겠다.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누리는 생활문화들이 많이 무너졌다. 구로구에서 아마추어 클래식 동아리 축제를 하는데 동아리들이 거의 해체됐다. 서울시에 40여개 동아리가 등록돼 있었는데 4개가 남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지역문화재단들이 구축해온 생활문화 동아리들이 해체된 것이다. '이렇게까지 힘들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담양군문화재단 '청춘리턴즈'. 사진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제공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전지연)는 어떤 단체인가.

전지연이 사단법인으로 만들어진 지 10년 정도 됐다. 10년 전 전지연이 처음 만들어질 때 지역문화재단은 전국에 41개가 있었다. 지역문화재단의 수는 점차 늘어나 2021년 기준 108개를 기록했다. 전지연 회원인 지역문화재단은 85개 정도 된다. 회원이 아닌 지역문화재단도 각종 활동과 교육에 대해 안내하고 교류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의 수를 고려하면 절반 정도가 지역문화재단을 두고 있는 셈이다. 사회기반시설(SOC)를 깔던 시대에서 삶의 행복도와 같은 문화적 가치가 강조되는 시대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문화예술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편적 복지이며 문화안전망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지역문화재단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전지연도 지역문화재단 종사자들의 교육, 각 지역문화재단 간 연결망 확대, 지역문화재단에 기반을 둔 정책 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문화재단의 위상 강화를 위해 전지연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지역문화재단이 문화 정책과 관련해 지자체의 대등한 정책 파트너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지자체의 문화사업 수행기관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강했다.

실제로 춘천문화재단 광주문화재단 등은 지자체와 정책 파트너로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도 사업방향을 협의하고 정기 회의를 통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갖췄다.

이처럼 새롭게 제기되는 지역문화재단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문화재단이 더욱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구로문화재단의 경우, 종사자들이 1년에 42시간을 교육을 받도록 교육이수제를 만들었다. 직군별로 전문교육을 강화해서 지역문화재단 종사자 스스로 전문가인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그에 맞는 역량을 키워가도록 지원할 것이다.

전지연은 종사자 역량강화 교육를 포함해 올해 하반기에는 △지역 간 연계사업 △권역별 순회 간담회 △지역문화 네트워크 웹세미나 △지식공유포럼 '지역문화재단 유연성 향상을 통한 경영혁신' △전지연 정책포럼 vol.2 (전지연, 한국지역문화학회)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전지연이 정책기구로서의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지역문화재단들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다. 지역문화재단들은 지자체 출연금으로 운영비 경상비 등을 사용한다. 그러나 사업비들은 거의 다 중앙정부 산하기관, 광역문화재단 등의 공모사업을 통해 충당한다. 지역문화재단의 고유한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지역문화재단이 각종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포괄적으로 예산을 쓸 수 있는 포괄예산제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역문화재단 공통의 목적을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 특성에 맞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정책과 인력, 예산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전지연은 지역문화재단들과 함께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비단 이 문제뿐 아니라 지역문화재단들이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한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이에 올해 처음으로 법·제도 연구를 해서 토론회를 진행했다.

지역문화 진흥에 관한 지역문화재단의 요구들은 지금까지는 불만으로 받아들여져 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아래로부터의 정책들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단계다. 전지연은 지역문화 진흥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책적 의제와 대안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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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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