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BTS 무허가 화보집 "위법" ···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 인정

2022-06-07 11:17:41 게재

'초상권' 신설 계기 … "퍼블리시티권 침해 인정 물꼬"

8일부터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유명 연예인의 초상이나 성명, 음성, 서명 등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그 배경에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와 '짝퉁' 화보집을 만든 연예잡지 제작업체 사이의 소송이 자리잡고 있다.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동의 없이 '짝퉁' 화보집을 만든 연예잡지 제작업체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사실상 '초상사용권'(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조문이 신설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020년 3월 26일 빅히트가 연예잡지 제작업체 A사를 상대로 화보집 제작·판매를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신청 재항고심에서 재항고를 기각하고 신청을 일부 받아들인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A사는 2018년 11월 22일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같은 해 12월 3일 BTS 데뷔 2000일을 기념해 잡지를 발행할 예정이며, 이 잡지에는 2013년 BTS의 풋풋한 데뷔 쇼케이스 현장부터 각종 행사와 무대, 비하인드 컷들이 다양하게 수록될 예정이라는 취지의 소개글을 게시한 바 있다. 또 당시 잡지에 관한 상품소개서를 영문판으로 제작, 배포했다.

이에 대해 빅히트는 2018년 11월 자신들의 동의 없이 BTS 사진을 대량 수록한 부록과 포토카드 등을 판매 목적으로 제작한 A사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제작·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도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A사가 빅히트의 동의 없이 화보집을 제작 판매 수출해서는 안 되고, BTS 멤버의 예명, 본명, 영문명을 포함한 문구를 사용하는 잡지를 제작 판매 수출해서는 안 된다고 인정했다. 이를 위반하는 행위가 행해지는 1일당 200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했다. 하지만 A사는 2019년 초 DVD 영상집을 부록으로 제공하는 스페셜 매거진 등을 발행했다.

이에 빅히트는 통상적인 잡지의 보도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고,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신청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가처분 결정의 인가를 법원에 신청했다.

A사는 이에 대해 "특별 부록을 발행하는 것은 단순한 상업적인 화보집이 아니라 대중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언론보도에 해당하고,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신청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재산권으로서 퍼블리시티권은 인정될 수 없어, BTS 명칭과 그 구성원의 이름, 사진을 사용한 것으로 인해 신청인에게 재산적 손해를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2019년 5월 2일 빅히트의 신청을 받아들여 2018년 11월 30일 결정한 가처분 결정을 인가했다. 재판부는 "A사가 신청인(빅히트)의 동의를 받지 않고 BTS의 명칭, 구성원의 이름, 사진을 사용해 이 사건 특별 부록을 발행, 판매하는 것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신청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 법원도 "BTS 구성원 관련 부분을 삭제하지 않은 상태로 인쇄 제본 제작 복제 배포 판매 수출해서는 안 된다"며 "A사가 이를 위반할 경우 채권자(빅히트)에게 위반행위가 행해지는 1일당 20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A사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빅히트의 성과를 무단 사용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을 상품이나 광고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예인이나 그 소속사의 허락을 받거나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라며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과정에서 소속사가 투자와 노력을 한 만큼, 소속사의 허락을 받지 않거나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상거래 관행이나 공정한 거래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지난 2일 특허청 주최 토론회에서 "법원에서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결정적으로 전환점이 된 것은 BTS 판결"이라며 "이 판결이 완벽하지 않고 비판점도 있는데, 퍼블리시티권 침해 인정이라고 물꼬를 터준 점은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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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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