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플레' 한국 밥상물가 고민

2022-08-19 11:13:31 게재

세계식량가격지수 하락에도 가공식품·외식 등 물가상승

영국 소비자물가 10% 급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치솟았던 국제 식량 가격 내림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밥상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가공식품은 물론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까지 부추기고 있다.

18일 서울 송파구청 관계자들이 송파구 마천시장 내 한 상점에서 농·수산물 등 추석 성수품 물가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지난 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은 '2022년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7.4포인트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하락세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직후인 3월 159.7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내림세로 돌아섰다. 4월에는 158.3포인트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에도 전달보다 0.6% 하락했다.

FAO는 24개 품목에 관한 국제가격동향을 조사해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 식량가격지수를 매달 집계해 발표한다.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잡고 계산한다.

품목별로 보면 곡물과 육류는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유지류와 유제품, 설탕 가격지수는 하락했다. 지난달 곡물 가격지수는 지난 4월(169.7포인트)보다 2.2% 오른 173.4포인트를 기록했다. 육류도 121.4포인트에서 122.0포인트로 0.5% 올랐다.

반면 유지류는 237.5포인트에서 229.3포인트로, 유제품은 146.7포인트에서 141.6포인트로 각각 3.5% 내렸다. 설탕 가격지수는 121.5포인트에서 120.3포인트로 1.1% 떨어졌다.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밥상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통계청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는 108.74로 지난해 7월(102.26)보다 6.3% 상승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가 6.0%를 기록하면서 2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는데 7월 또 다시 갱신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 이상을 기록한 건 지난 1998년 10월(7.2%)과 11월(6.8%) 이후 23년만에 있는 일이다.

7월 물가는 공업제품, 농수축산물, 개인 서비스, 전기·수도·가스 등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부문들 전체가 상승했다. 먼저 공업제품은 가공식품이 8.2%, 석유류가 35.1% 각각 오르면서 1년 전보다 8.9% 상승했다.

가뭄과 장마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은 지난해 12월(7.8%) 이후 최고치인 7.1% 상승률을 나타냈다. 품목별로 보면 돼지고기(9.9%), 수입 쇠고기(24.7%)가 올랐다. 채소류(25.9%)는 배추(72.7%) 오이(73.0%) 상추(63.1%) 파(48.5%)가 각각 상승했다.

지난해 한국의 '밥상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에 꼽힐 정도로 높은 축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5년 간 평균으로는 8위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밥상물가에서 더 취약하다는 얘기다.

밥상물가 고민은 우리나라뿐아니다.

영국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영국 통계청은 17일(현지시간)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7월에 비해 10.1%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는 1982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6월 9.4%에 비해서도 올라갔다.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가 12.7%로 크게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필수 소비제라고 할 수 있는 빵 우유 치즈 계란 등이 대표적이다. 2008년 8월(13.2%) 이후 최대 폭으로 에너지 요금과 사룟값 등이 상승하면서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가격에도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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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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