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스위스 1위 은행), CS(크레디트스위스) 인수 … 급한 불 껐지만 '불안'

2023-03-20 12:48:54 게재

"미국 은행 총자산 장부보다 2조달러 적다"

금리인상 후폭풍 "은행자기자본 전멸 수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케 한 크레디트스위스(CS)가 결국 스위스 최대 은행 UBS에 인수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각) UBS는 CS를 32억3000만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스위스정부는 인수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1000억달러 유동성을 지원한다.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으로 위기의 진앙지가 된 미국은 적극 환영했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융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스위스당국의 발표를 환영한다"며 "국제적 카운터파트너를 지원하기 위해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캐나다 일본 스위스 등 전세계 주요 6개국 중앙은행들은 19일 7일 만기 달러 유동성스와프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운용키로 했다.

미국과 유럽의 적극적인 개입노력으로 일단 금융시장의 블랙먼데이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 은행의 총자산 가치가 장부상보다 2조달러 적다"며 "미국 은행들의 자기자본 2조달러를 전멸시킬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연준이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서 뱅크런(대규모 자금인출 사태)은 피할 수 있겠지만, 연준 대출금리(약 4.5%)를 감당할 수 없는 은행들은 결국 서서히 죽어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1~22일(현지시각) 열리는 연준의 통화정책회의도 관심사다. 금리인상에 따른 자산-부채 불일치를 위기 원인으로 꼽는 시장에선 금리동결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경우 시장에 더 큰 공포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16일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중단한다면 '미국 경제에 대한 심각한 피해가 이미 불가피해졌다'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알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금융당국도 위기상황이 언제든 다시 확산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태가 진정되는 듯하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나지 않았던 부실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불안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위기 공포가 국내로 전이되지 않도록 국내 금융회사들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상호금융권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수신 잔액 동향을 상시 확인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에서도 SVB와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예금 전액을 보호하는 방안을 비롯한 포괄적인 비상계획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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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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