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CS 급한 불 껐지만 "투자 심리 위축 불가피"

2023-03-20 11:37:46 게재

취약한 본질 해결 아냐

물가에서 경기침체 이동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파를 일으킬 것으로 우려됐던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위기가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의 인수로 급한 불을 끄게 됐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SVC) 파산과 시그니처은행 뱅크런에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가 예금 지급 보증을 하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유동성 위험에 11개 미 대형은행들이 예치금 지원을 결정하는 등 시장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발빠른 대응이 잇따랐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큰 불로 비화되는 루트를 차단한 것이지 취약한 본질이 해결된 것은 아니라며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시장의 초점은 인플레이션에서 경기침체로 이동할 전망이다.

20일 외신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스위스 1위 은행인 UBS가 CS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은행의 파산 및 위험 확산 방어 노력을 재확인했다. CS 주주는 22.48주에 대해서 UBS 1주를 받게 되며, 인수 금액은 약 32.3억달러 수준이다. 합병은 주주 승인 없이 진행되며, 최종 인수는 올해 말 완료 예정이다. 스위스중앙은행은 "특별한 상황에서 스위스 경제 보호 및 금융안정을 위한 방법을 찾았다"며 "필요할 경우 합병된 은행에 충분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정부 또한 이번 합의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미국과 영국 등 외국 금융당국과 공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CS도 UBS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최대 54억달러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알려졌다. EU는 이에 대해 투자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158억스위스프랑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은 전액 상각되어 은행 자본금으로 활용된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은행 신종자본증권(AT1)의 트리거 조건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당분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 시그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2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4% 감소하며 1월 +3.2%에서 마이너스 반전했다. 예상치 -0.3%를 하회한 수치이다. 3월 뉴욕 제조업지수는 -24.6으로 2월 -5.8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도 20.5만건으로 전주21.2만건보다 감소했지만, 시장 컨센서스 19.2만건 상회했다. 지난 주말 공개된 3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도 63.4를 기록하며 2월 67(예상치 67)대비 하락했다.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2월 4.1%에서 3.8%로 레벨다운되었다.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금융권 리스크가 가시화되었고, 경제지표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모습이다.이 연구원은 "취약한 금융기관들의 파산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물론, 경기불안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며 "노랜딩까지 기대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균열이 가해졌다"고 지적했다. 기대심리가 실망감으로 전환되고, 이 과정에서 또다른 기대심리(QE, 금리인하 등)가 가세하면서 투자심리는 하루하루 급변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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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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