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국민은 늘 옳아" … '탈이념' 기조변화?

2023-10-19 11:10:27 게재

참모들에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돼"

"민생집중, 탈이념·실용" 건의·제안 경청

"부동층 민심 아는 참모들 있어야 지속" 지적

이념을 강조하며 비판세력에 적대적 태도를 보여왔던 윤석열 대통령의 '언어생활'이 달라지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수도권 민심 이반을 체감하고 지지층 공고화 대신 부동층 흡수로 노선을 수정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보궐선거 패배 후 기조변화에 대한 주변의 조언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이념이 충분히 부각됐으니 이제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이고 17일 국민통합위원회 초청 만찬에서도 '탈이념·실용' 기조 회복을 조언한 김한길 위원장의 말을 귀담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 태도 변화의 어느 부분이 누구의 조언이나 건의 때문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주변의 의견, 이를 경청하고 수렴한 대통령의 인식이 같은 흐름에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참모진과 회의하며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통합위원회 및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하며 "(통합위 제언이) 얼마나 정책 집행으로 이어졌는지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직후 지난 일주일간 자성적 메시지를 점증적으로 내왔다.선거 다음 날인 12일 "선거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는 대통령실 명의 입장이 나왔고, 13일에는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윤 대통령의 첫 보선 관련 언급이 전해졌다.

지난 16일에는 참모들에게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교훈'에서 '변화' '소통' 그리고 '반성'에 이르기까지 메시지 강도를 높여가면서 대통령 자신의 기조도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내년 총선까지 이같은 기조변화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20%대까지 내려앉았던 지난해 여름휴가를 다녀와서 "모든 것을 국민 관점에서 살피겠다"며 자세를 낮췄었다. 그러나 지지율이 30%대를 넘어선 이후 이념을 강조하며 '카르텔' '공산주의' '반국가세력' 등의 강도 높은 언급을 거듭, 전통 지지층 결집에 무게를 두는 행보를 보였다.

한 야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변화는 바람직하지만 내년 총선까지 계속 이어져도 돌아선 중도층을 다시 품을 수 있을까말까인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변화의지를 지속시키려면 추후 인선에서 수도권 등 부동층 민심을 아는 참모들이 대거 합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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