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 후폭풍, 기금 부족한 기초지자체 '재정비상'

2023-10-19 10:45:19 게재

지방교부세만 10조원 이상 감소 전망, 기재부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활용" … 기금 없거나 활용불가 지자체 31곳

올해 60조원에 가까운 국세가 부족해지며 첫 불똥이 지방자치단체로 튀고 있다. 국세에 연동된 지방교부세만 10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지방소득세·지방소비세 등도 줄줄이 줄어 전체 지방 재원이 16조원 가까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일부 지자체는 지방채 발행 등 비상조치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축적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을 활용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기금 자체가 없거나 활용하기 어려운 지자체만 어림잡아 30곳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 넘게 줄어들 지방교부세 = 19일 기획재정부의 세수재추계 결과를 보면, 지방교부세 규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내국세는 올해 303조1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예산 편성 때 예상액(358조원)에 견줘 54조9000억원이 감소한 규모다.

이에 따라 내국세의 일정비율(19.24%)로 결정되는 보통교부세와 특별교부세 합계액은 당초 본예산보다 10조6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공정시장가액비율 하향 등 감세 조처의 영향으로 종합부동산세 수입도 5조7000억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1조원 감소한다.

결국 올해 지방교부세 예상액(63조7000억원)은 당초 예산(75조3000억원) 대비 15.4%나 줄고, 지난해 최종 지방교부세액(81조원)에 견줘선 21.3%나 급감하게 됐다.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도 줄어들 전망이다. 기재부는 통상 국세의 10% 정도를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명목으로 지방정부에 내려보낸다. 하지만 소득세 등 3개 세목의 세수 역시 크게 줄면서 연쇄감소가 불가피하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렇게 줄어드는 지방소득세만 4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기금으로 해결될까 = 기재부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이용해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는 재정상황이 악화될 때를 대비해 쌓아 놓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이 있다"면서 "통합재정안정화 기금만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므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금은 지자체가 여유 재원이나 예치금을 통합해놓은 일종의 비상금(8월 기준 총예치금 22조7000억원)이다. 관련 조례에 따라 비상시 기금의 50∼70%를 꺼내 쓸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지자체는 이 기금 자체가 아예 없거나 수억원대에 그친다는 점이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지자체별 기금 적립현황을 보면, 예치금이 아예 없는 기초지자체가 19곳이다. 올해 가용 예치금이 10억원 미만인 곳도 12곳이나 됐다. 기금을 쓸 수 없는 지자체는 교부세 감소액에 맞춰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중단하거나 지방채 발행을 검토해야 한다.

◆지자체별로 다른 기금 형편 = 지난 8월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통합안정화기금) 예치금은 22조 6964억원, 올해 여유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규모는 13조 6178억원이다.

전체 기금 중 절반이 넘는 7조 2856억원(53.5%)을 여유재원이 1000억원 이상인 지자체 36곳(14.8%)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이 사실상 역할을 할 수 없는 지자체가 31곳이나 된다.

재정안정화기금이 없는 곳은 △서울 종로구 △서울 중구 △부산 동래구 △부산 수영구 △인천 미추홀구 △인천 연수구 △인천 계양구 △인천 서구 △광주 서구 △울산 동구 △울산 북구 △강원 속초시 △청남 서산시 △전북 전주시 △전남 영암군 △경북 청송군 △경북 고령군 △경북 칠곡군 △경남 하동군 등 대부분 군·자치구 등 기초지자체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이었다. 재정자립도가 낮을수록 교부세 의존도가 높아 기금 마저 없다면 사업 강제조정이 불가피하다.

반면 올해 여유재원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특별시로 7553억원이었다. 뒤를 이어 △경기도(6913억원) △제주특별자치도(3674억원) △경기도 고양시(3380억원) △경기도 수원시(2958억원) 순으로 많았다. 이들 지자체는 정부의 교부세 축소에도 기금 활용할 수 있어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임 의원은 "세수감소로 지방교부세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지자체 곳간마저 눈독 들이는 상황이 됐다"며 "교부세에 의지하던 지자체들의 사업추진에 비상은 물론 지역경제 위축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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