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독주 견제하는 행정법원

2023-11-07 11:29:42 게재

방문진 이사 해임 집행정지 … '물갈이' 제동

경찰 '대통령 눈치보기' 집회금지도 "법령위반"

대통령 KBS 임원진 해임은 '공익성' 인정

행정법원이 정부의 '무리한' 법집행을 지적하며 제동을 걸면서 주목받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지난 1일 김기중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로써 김 이사에 대한 해임처분의 효력은 본안사건인 해임취소 소송의 1심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답변하는 권태선 이사장│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서울고법 행정8-1부(정총령·조진구·신용호 부장판사)도 지난달 31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방통위의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본안에서 다툴 여지가 있고, 해임처분의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지난 8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가 9월 권 이사장의 해임 효력을 정지하면서 권 이사장은 업무에 복귀한 상태다.

앞서 행정법원은 '용산 대통령실 주변 집회의 금지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연달아 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심야 노숙집회에 대한 경찰의 전면 금지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가 영등포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부분금지통고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지난 9월 20일 일부 인용 결정을 냈다. 재판부는 "해당 처분으로 인해 노숙이 전면 금지될 경우 금속노조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최근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통령실 주변과 심야시간대 집회 시위 금지 등을 규정한 가운데 법원이 지속적으로 이에 대해 제동을 걸지 주목된다. 정부가 지난 10월 17일 공포·시행한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에 용산 대통령실 주변 이태원로를 집회 금지할 수 있는 주요 도로에 포함시켰으며 심야 집회도 금지하도록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 4월 문재인정부 인사였던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법무부 정책보좌관 직위를 해제한 법무부 처분 효력을 일시 정지시킨 바 있다. 차 전 연구위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진행 중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 부장판사)는 지난 4월 14일 차 전 위원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본안사건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한다"며 일부인용 결정했다. 판결 확정일까지 효력 정지를 구하는 부분은 기각됐다.

반면 법원은 해임된 KBS 임원들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김의철 전 사장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같은 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도 9월 남영진 전 이사장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도 같은 달 윤석년 전 이사가 윤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행정법원은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해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도 기각했다.

외형적으로는 방문진에 비해 KBS 관련자들이 갖는 '공익에 대한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본 것으로 풀이되지만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서 폭넓게 인정한 모양새다.

전 정부 시절 행정법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내린 정직2개월의 징계에 대해 효력정지 판결을 했다. 비록 이후 본안 재판에서 법원이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지만 윤 총장은 화려하게 업무에 복귀하고 자진사퇴하면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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