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수장 공백 끝내나

보수성향 판결이 청문회 주요 쟁점

2023-11-09 11:18:44 게재

조 "항상 중도의 길을 걷고자 노력"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조희대(사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가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를 끝낼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조 후보자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유죄 의견을 내는 등 보수성향의 판결을 내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검증을 받을 전망이다. 대구경북(TK) 출신의 서울대 60대 남성으로 다양성 결여와 정년으로 대법원장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66·사법연수원 13기)을 지명했다.

조희대 후보자는 경북 경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3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으며 서울형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구지방법원장을 거쳐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 대법관에 임명됐다. 2020년 대법관 임기 종료 후에는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취임했다. "퇴임 후 영리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2014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약속을 지킨 것이다. 당시 '인사청문회 4대 필수과목'으로 꼽혔던 병역기피,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에서 불미스러운 의혹이 제기되지 않아 여야 의원에게 모두 호평을 받았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지만,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앞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 후임자로 지명됐던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해 35년 만에 낙마한 바 있다. 지난달 6일 이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대법원장 공백 사태는 한달여 간 이어지고 있다.

조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어 다른 후보들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다. 이념 성향은 보수로 분류된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4년 3월 대법관 임기를 시작했다. 2017년 9월 취임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2년6개월 정도 임기가 겹쳤는데, '미스터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명수 코트' 주요 전원합의체(전합) 사건에서 다수 대법관 견해와 반대되는 의견을 다수 개진했기 때문이다.

대법관 시절 보수적인 판결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조 후보자는 자신을 임명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상고심에서 뇌물죄 성립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계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캐비닛을 통해 제출된 각종 문건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며 증거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소수의견을 제출했다. 이 외에도 국방부 불온서적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육군법무관들이 징계를 받은 사건에 대해 징계가 타당하다는 의견,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 등은 그가 대법관으로 취임하면서 밝힌 "사회적 약자를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목소리와는 다른 판결이었다.

보수성향의 판결과 함께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상실이라는 지적도 논란거리다. 같은 시기 헌법재판소 소장 이종석 후보자와 모든 면에서 겹치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오는 13일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경북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대 동문이다. 60대, 서울대 법대, 남자, 판사출신, 보수성향 등 모든 면에서 일치한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야권 입장에서는 달가울 수 없는 후보다. 잔여임기도 논란이다. 1957년 6월생인 조 후보자는 대법원장 정년을 70세로 정한 규정에 따라 임명되더라도 2027년 6월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대법원장에게 보장된 임기 6년(2029년)을 못채우는 데다 정권 교체기(2027년 5월)에 후임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을 둘러싼 논란 가능성도 있어 사법 연속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헌재소장 후보자인 이종석 헌법재판관도 임기가 1년에 불과하다. 헌재소장 임기를 관행적으로 헌법재판관 임기와 연동해왔던 만큼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에 취임한다고 해도 잔여 임기는 내년 10월까지로, 1년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조 후보자가 퇴임 후 로펌에 가지 않고 로스쿨 교수를 지낸 만큼 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고액 수임료, 대기업 변호 등과 같은 청문회 주요 질의 지점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후보자의 자질, 성향 관련 질의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4년 청문회 때도 보수적인 판결과 별개로 '진보적 입장'을 대변해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했다. 당시 그는 '정치적인 사건이라고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또 유서대필 사건, 부림사건 등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사죄의 뜻을 표했다. 아울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건강문제, 경제발전 기여와 같은 사유로 집행유예는 옳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9일 대법원 앞에서 "한평생 법관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중도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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