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헌재소장 공백 현실화

2023-11-10 11:07:06 게재

유남석 헌재소장 오늘 퇴임 … 대법원장 공석은 47일째

청문회 통과 변수·공석 장기화 우려 … 사법서비스 차질

양대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수장 자리 공석이 현실화 됐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기가 끝난지 47일이 지났지만 그대로 공석인데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도 후임자 없이 10일 퇴임했기 때문이다.

10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유남석 소장은 2017년 11월 11일 헌법재판관으로, 2018년 9월 21일 7대 헌재 소장으로 취임한 뒤 이날 오전 11시 퇴임식을 하고 헌재를 떠났다.

비록 후임자가 내정됐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사상 유례없는 사법기관 양대 수장이 자리를 비우게 됐다. 국민들의 사법 서비스 공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 소장의 후임자로 이종석 재판관을 10월 18일 지명했다. 같은 달 25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임명동의안이 회부됐으나 청문회는 한달여 뒤인 오는 13일 열린다.

청문회가 열린 뒤에도 국회가 청문보고서 채택과 표결을 미루거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공백 상황은 길어질 수 있다.

헌재는 2006년 퇴임한 윤영철 3대 소장부터 2018년 퇴임한 이진성 6대 소장까지 후임자가 제때 취임한 적이 없다. 2017년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고 이진성 소장이 취임할 때까지 무려 296일간 공백이 이어지기도 했다.

헌재는 통상 한 달에 한 번 결정을 선고하는데 이번 달에는 소장 공석 상황 등을 고려해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청문회를 진행하고 오는 23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하게 된다면 약 2주간의 헌재소장 공백이 예상된다. 만약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부결될 경우 헌재소장 공백은 더욱 길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유 소장의 헌법재판관 후임 인사에 대한 인선도 아직 이뤄지지 않아 공석 상태인 헌재 재판관 8인 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헌재 재판 지연 상태가 심각한 상태인데 헌법재판관이 8명이라면 1인당 맡는 사건이 늘어나게 되고 재판 지연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심리 중인 1576개 사건 중 '180일 내 처리' 기준을 넘긴 미제 사건이 1215건(77.1%)에 달한다. 주요 사건들의 처리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법원은 이미 수장 없이 47일째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9월 24일 퇴임했지만 지난달 6일 대법원장 후보자였던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윤 대통령은 8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을 새로 지명했다. 임명 절차에는 최소 1개월가량 소요된다.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 날짜도 잡히지 않은데다 헌재 소장과 대법원장 후보자 모두 TK 출신에 60대 서울대 남성에 보수성향이어서 청문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균용 전 후보자는 대통령 지명부터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1개월이 걸렸다. 양승태·김명수 전 대법원장도 지명에서 임명동의안 통과까지 각각 34일, 32일이 걸렸다. 앞서 이 전 후보자 표결 당시 '부결 당론'을 정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새 후보자에게도 능력과 도덕성 검증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의 극한 대립 상황이 변수다. 전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 등을 추진하며 국민의힘과 대치하고 있다.

문제는 대법원장 공백이 대법관 2명 추가 공백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당장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이 내년 1월 1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대법관 임명 절차는 통상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부터 최종 임명까지 3개월가량이 걸린다. 후임 공백을 피하려면 늦어도 10월 초에는 관련 절차가 개시됐어야 했다.

헌재와 대법원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기능을 한다. 두 기관이 수장 공석으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국민의 권리 구제도 그만큼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새 대법원장 임명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내년 2월까지는 대법관이 공석일 것 같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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