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무상 사용 향교부지 "변상금 부당"

2023-11-10 11:07:06 게재

대법, 파기 환송 … 점유·사용 법적 지위 부여

삼척향교를 100년간 무상으로 관리한 강원도향교재단에 변상금을 부과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처분은 무효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00년간 국유지인 향교부지를 무상 사용하도록 했다면 해당 토지의 배타적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가 재단법인 강원도향교재단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변상금부과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변상금 6000만원 부과)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강원도향교재단은 강원도 내의 문묘를 유지하고 교육 및 교화 사업을 경영하며 유도(儒道)의 진흥과 문화의 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향교재산법에 따라 설립된 재단이다. 해당 재단은 향교재산법에 따라 대성전 등을 포함한 삼척향교를 소유·관리·운용해 왔다. 다만 삼척항교 부지는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진 상태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지난 2019년 급작스럽게 재단에 대해 국유재산인 삼척향교 부지 무단 점유·사용을 이유로 국유재산법에 따라 약 6000만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이에 향교재단은 변상금 부과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변상금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자산공사의 행정처분이 무효라고 할만한 증거가 없고, 해당 처분이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었다.

2심에서도 향교재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향교재단의 손을 들어주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향교재단에는 향교건물을 포함한 관리·운용을 위해 각 토지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가 있다"며 "이러한 법적 지위에 있는 향교재단에 대해 변상금을 부과한 이 사건 각 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삼척향교는 대한민국 건국 이전부터 수백 년 동안 현재 장소에 있었으므로, 국가는 삼척향교 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부터 이미 삼척향교 관리·운용 주체의 부지 점유·사용을 용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삼척향교 부지가 1915년 12월 국가 명의로 사정된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2013년 6월 삼척향교 변상금 부과처분을 할 무렵까지 약 100년 동안 사용료·대부료나 변상금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며 "삼척향교의 관리·운용 주체에게 그 부지의 배타적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강원도향교재단이 그 부지를 점유·사용하는 것은 국유재산법 제72조 제1항 단서 제2호에서 변상금 부과의 예외 사유로 정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불가피한 사유로 국유재산을 점유하게 하거나 사용·수익하게 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향교재산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삼척향교를 소유·관리·운용하는 재단에게 국유재산인 삼척향교 부지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것"이라며 "향교의 유지·보존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행위는 국가가 변상금을 부과할 수 없음을 명시적으로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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