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수사, 검·경 이어 단체장도 대상?

2023-11-20 13:47:57 게재

전현직 경찰 고위직, 수사무마 등 수사 대상

시민단체, 함평군 관급공사 개입의혹 제기

함평군 "일반경쟁 입찰로 조달구매 했다"

구속 기소된 '사건 브로커' 검·경 로비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전현직 경찰 고위직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전직 치안감이 인사 청탁 관련 수사를 받기 직전 극단적 선택을 한데다 현직 치안감을 비롯해 치안정감도 수사대상으로 알려지면서 경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브로커 성 모씨가 함평군 관급공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도 불거져 기초단체장 수사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20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브로커 성 모씨의 검경 로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복수의 고위직 경찰관을 수사 선상에 올려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성씨의 사건 무마 및 청탁 혐의 등과 관련된 인물을 모두 100명 가량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금품을 받고 전남지역 단체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등에 대한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관 2명을 입건하고 이중 1명을 구속했다.

경찰을 상대로 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특히 현직 치안감 1명은 경찰 인사청탁 비리와 수사 무마 혐의를 받고 있으며, 치안정감 1명은 일단 청탁금지법 위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김진호 부장검사)는 성씨가 가상화폐 사기 혐의를 받는 탁 모(구속 수감 중)씨의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18억5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 무마를 청탁한 대상을 확인하고 있다.

탁씨는 지난해 초 성씨에게 13억원가량의 금품을 건네며 서울경찰청이 수사 중인 비트코인 투자 사기 사건 무마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전직 경무관 A씨를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또 현직 치안정감 B씨와 치안감 C씨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치안총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경찰 계급이고, 치안감은 그다음이다.

이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치안정감급 간부 B씨 측근은 "주변 소개로 성씨와 식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나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함께 거론된 치안감급 간부 C씨는 광주경찰청 재임 당시 경찰 승진인사 비리와 코인사기 사건 수사 개입 혐의를 받는다.

지난 8월 구속 기소된 브로커 성씨 측으로부터 금품과 청탁을 받고 인사권을 부당하게 행사한 혐의다. 또한 검찰은 경찰이 수사했던 코인 투자 사기와 관련해서도 C씨가 성씨 측 청탁을 받고 모종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의심한다. 사실 확인을 위해 C씨에게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10일 광주경찰청 압수수색 과정에서 2022년 경정급 이하 승진 인사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비리와 관련해서는 경정 이하 일부 경찰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탁씨는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도 광주 광산경찰서가 수사하던 가상화폐 사기 사건 무마를 위해 성씨에게 4억여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는 지역에서 목재데크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는 2000년 초반 광주북부경찰서 교통심의위원을 지내며 경찰 인맥을 쌓았으며, 특히 골프 모임 10여 개 운영하며 경찰과 검찰, 지방자치단체 등과 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검찰은 지자체 공사 수주 비리로 수사를 확대될 전망이다.

전투비행장 강행 이상익 군수 파면 투쟁본부(투쟁본부)는 최근 "사건 브로커 성 모씨가 경찰 인사 개입, 수사 무마 의혹에 이어 관급공사 비리에도 관여했다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며 "브로커를 매개로한 사법기관과 자치단체의 카르텔을 뿌리 뽑기 위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전남 경찰이 송치한 이상익 함평군수의 뇌물수수사건에도 성씨가 개입했고, 그 대가로 관급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군수는 2020년 4월 함평군수 보궐선거 당선 직후 광주의 한 양복점에서 1000만원 상당의 양복 5벌을 맞춰 입었고 비용은 지역 건설업체가 대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021년 10월께 고발장을 접수한 뒤 2년2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현재 광주지검 목포지청에서 11개월째 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군수는 입장문을 내어 "군수 취임 이후 광주에서 양복을 맞춘 사실은 있으나 대금은 큰아들이 결제했다"며 "결제를 즉시 하지 못한 것은 양복점에서 계좌번호와 금액 등을 늦게 알려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3년이 되도록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성씨가 개입한 것 아니냐"며 "성씨와 친분이 있는 회사가 최근 함평 수변공원 산책로 공사를 따냈고 성씨의 회사는 해당 공사에 2억원 상당의 자재를 납품했다"고 주장했다.

함평군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씨 회사로 알려진 업체가 2022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2억원어치를 납품했다. 함평군청 계약팀장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일반경쟁 입찰로 조달구매를 했다"며 "투쟁본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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