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영, 인도태평양 정치·경제안보 힘 모을 것"

2023-11-22 10:55:40 게재

영국 의회연설서 "청정에너지 확대 도모"

'러브 액츄얼리' 대사 차용에 좌중 웃음

맥폴 상원의장 "윤 노래 못 들어 아쉬워"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영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규범과 국제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영국 의회 연설 |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의 의회인 웨스트민스터궁 로열 갤러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영국 국빈방문 이틀째인 윤 대통령은 이날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이라는 주제로 한 의회 연설에서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하여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영국과 함께 인도 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보와 경제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며 "양국은 원자력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확대를 도모하면서, 기후 취약국들의 그린 에너지 전환 노력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짙은 남색 정장에 흰셔츠,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등장한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위대한 영국을 이끌어온 핵심이 바로 영국 의회임을 저는 잘 알고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어 조선과 영국이 1883년 맺은 수호통상조약, 어니스트 베델 기자의 '대한매일신보' 창간, 등을 언급하며 양국의 오랜 인연을 강조했다. 영국이 6.25 전쟁 때 8만 명을 파병했고 이들 중 1000명 이상이 전사한 사실, 유엔한국재건단(UNKRA)에 2684만 달러를 출연하는 등 한국의 전후복구에 기여한 점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도움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기적과도 같은 성공 신화를 써내려 왔다"며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봄 한미 연합훈련에 영국군이 처음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한영 간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협력 체계가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며 "영국과 함께 북한의 WMD 위협에 대처하면서, 가상화폐 탈취, 기술 해킹 등 국제사회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양국의 교역과 투자는 금융, 유통, 서비스, 생명공학 등에 걸쳐 활발히 이루어져 왔으며, 2021년 한영 FTA가 발효된 이후 더욱 활성화됐다"며 "이번에 한영 FTA 개선 협상을 개시해 공급망과 디지털 무역의 협력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의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다우닝가 합의)'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선언하고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AI(인공지능),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난 9월 발표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언급하고는 "한국 정부는 영국이 제안한 'AI 안전네트워크' 및 유엔의 'AI 고위급 자문기구'와 긴밀히 협력해 AI 디지털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소통과 협력을 견인해 나가고자 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구절을 인용해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라며 "위대한 영국과 영국인들에게 신의 가호가 깃들길 기원한다"고 연설을 끝맺었다.

한편 이날 참석한 영국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10여초간, 연설 종료 후에는 기립해 30여초간 박수를 쳤다.

윤 대통령이 영국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대사를 차용해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하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존 맥폴 상원의장은 연설을 마친 윤 대통령이 지난 국빈방미 만찬 당시 노래를 불렀던 일화를 언급하며 "오늘은 노래를 못 들어서 아쉽다"고 말해 좌중이 웃음짓기도 했다.

런던 =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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