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이자율 20% 초과 수익 "추징해야"

2023-11-24 11:07:49 게재

2심, 추징 미선고 … 대법, 파기 환송

"범죄수익, 추징 대상" … 민·형사 책임

법정 이자율(연 20%)을 초과한 이자에 대해 국가가 범죄수익으로 추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전까지는 주로 채무자에 대한 민사상 반환 의무만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형사상 책임(추징)도 져야 돼 최대 초과 이자의 두배를 토해내야 한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법정이자율을 초과해 받은 돈을 추징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10조의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A씨는 대부 중개 사이트에 대부 광고글을 게시하고, 이를 보고 연락한 사람들을 상대로 미등록 대부업을 벌였다. 이후 그는 대표로서 영업소를 설치하지 않고 실장들의 명의를 빌려 상호를 추가하고, 여러개의 팀을 만들어 대부업체를 운영했다.

또 이자제한법상 최고 이자율인 연 20%를 초과해 최대 연이율 3724%의 이자를 수취하는 등 이자 명목으로 합계 1억8700여만원을 수취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대부업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추징금 4억9700여만원을 명령했다.

추징금은 A씨가 추측한 월 수익금 합계 3억1000만원과 피해자들로부터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수수한 이자 합계 1억8747만원을 더해 산정됐다.

1심 재판부는 "범죄로 인한 수익 및 영업의 규모가 매우 크고, 범행 수법이 불량한 점, 범행을 주도한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봤다. 유리한 정상으로는 "피해자 일부와 합의했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심은 A씨 형량을 징역 1년 2개월로 낮추며, 추징 명령을 아예 파기했다. 먼저 수익금 합계 3억1000만원에 대해선 "A씨 추측에 의한 진술 외에 달리 3억1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빙자료가 부족해 추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재판부는 여기에 더해 충분한 증빙이 이뤄진 '법정 이자 초과분' 1억8747만원에 대해서도 추징을 취소했다. "초과 이자 상당금액이 실질적으로 A씨에게 귀속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현행 이자제한법상 연 20%를 초과한 이자계약은 무효다. 채무자는 원금과 연 20%의 이자까지만 갚으면 된다. 만약 초과 이자를 냈더라도, 민사 소송을 통해 기존 원금을 갚는데 충당하고 원금을 갚고도 남는 금액은 반환받을 수 있다. 2심은 이를 근거로 "초과 이자는 어차피 A씨가 피해자들에게 반환해야 할 돈이니 A씨 돈이 아니다"고 본 것이다.

다만 검사의 상고로 진행된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미등록대부업자인 A씨가 법정이자율을 초과해 받은 1억8747만원의 이자는 대부업법 위반죄로 인해 취득한 재산이므로 추징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심의 판단에 따르면 법정이자율 초과 수취로 인한 대부업법 위반죄의 경우에도 초과해 받은 이자 부분을 추징할 수 없다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이는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의해 생긴 재산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규정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구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추징이 임의적 추징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은 A씨가 법정이자율을 초과해 받은 이자는 구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추징 대상임을 전제로 추징을 명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상으로도 추징되고, 민사상 반환의무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민사 소송에선 초과이자 중 원금에 충당되고 남은 부분을 반환해야 하므로, 추징액과 반환액은 달라질 순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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