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엑스포 외교' 마무리 … 대통령실 "내각·용산 변화 시도"

2023-11-27 15:04:37 게재

장관 7~10명 교체 전망 … 26일 국정원 수뇌부 경질

노란봉투법·방송3법 거부권 "여론 수렴 시간 필요"

조태용, 9.19 일부 효력정지에 "최소한의 방어조치"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방문을 끝으로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외교전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국내에 산적한 과제 해결에 나선다. 중폭 이상 규모의 개각과 대통령실 수석급 이하 참모진 교체가 임박한 가운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에 따른 위기관리 수위도 높아졌다.

◆중폭 개각 전망 … '여성인재' 어디로 = 개각 및 대통령실 인선은 국회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종료되는 다음 달 초쯤부터 본격화하리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19개 정부부처 장관 중 7~10명 정도가 교체되는 '중폭 이상' 개각이 예상된다.

먼저 총선출마 가능성이 높은 그룹에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후임에 최상목 경제수석,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에 심교언 국토연구원장,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후임에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거론된다. 최근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경우 박성재·길태기 전 서울고검장이 차기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출마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전해진 상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경우 출마 의지를 표한 적은 없으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 진 외교부 장관과 이 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경우 수도권 출마와 장관직 유지 가능성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 장관의 경우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후임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일각에선 '여성 인재 중용'을 강조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젊은 여성 장관을 남성, 또는 다른 여성으로 교체하는 선택을 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내년 총선과 맞물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인사도 연쇄적으로 일어날 전망이다. 홍보수석에는 이도운 현 대변인, 정무수석에는 한오섭 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시민사회수석엔 황상무 전 KBS 뉴스9 앵커, 경제수석에는 박춘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과학수석이 신설될 경우 유지상 광운대 총장, 강도현 과기부 정보통신정책실장, 류광준 과기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 등이, 복지수석 신설 시엔 이기일 현 보건복지부 1차관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7일 "귀국 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은 '민생에 터 잡은 2기 내각과 용산의 변화 시도'"라고 설명했다.

◆거부권, 방향 정해졌지만 '뜸들이기' = 노란봉투법·방송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여부 결정에는 뜸을 더 들일 전망이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사회적으로 예민한 현안인 만큼 최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를 열지만 이 자리에서 결론지을 가능성은 낮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당장 내일(28) 결정을 하기엔 여론을 더 들어볼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다"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법안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17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개정안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번 주말인 다음 달 2일이 시한이다.

◆"북 향해 총 한 방 안 쏴" = 대통령실은 북한의 이른바 '정찰위성 발사'로 순방기간 결정한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에 대한 여론 동요 차단에 나섰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26일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는 2000만 우리 수도권 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조 실장은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9.19 합의를 업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제가 보기엔 많지 않을 것 같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9.19 합의는 우리에게 굉장히 불리한 합의"라며 "일부 효력 정지는 합의 중 우리가 감시 정찰 활동을 못 하도록 한 것을 다시 할 수 있게 복원한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핵무기 말고도 장사정포로 전 수도권을 사정거리에 넣고 있다"며 "우리 군은 장사정포를 상시 감시하고 타격 조짐이 보이면 바로 대항할 수 있게 준비해놨었는데, (9.19) 합의 때문에 그걸 못했다"고 설명했다.

9.19 합의 일부 효력 정지가 위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에는 "저희는 감시 정찰을 하겠다는 거고, 북한을 향해 총 한 방 쏘는 게 아니다"라며 "최소한의 순수 방어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누가 대화를 제의하고 어느 쪽에서 거부하고 있는지는 제가 말씀드릴 필요가 없이 지난 1년 반 동안 팩트를 보시면 금방 드러난다"며 "우리 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 추석이나 설이 되면 이산가족 상봉을 시키는 등 인도적인 일들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북한이 필요한 인도적 지원이 있으면 그것도 저희가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26일 귀국 후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윤 대통령은 후임 국정원장을 당장 지명하지 않는 대신 신임 1차장에 홍장원 전영국 공사를 임명, 당분간 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맡겼다. 신임 2차장에는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이 임명됐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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