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생인권조례 개정 예시 공개

2023-11-29 11:38:45 게재

학생·교사·보호자 권리와 책임 담아 … "조례 개정 권한 가진 시·도교육청 반영 가능"

교육부가 학생, 교원,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을 담은 조례 예시안을 만들어 교육청에 배포했다.

교육부는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조례 예시안)을 마련해 교육청에 안내했다고 29일 밝혔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촉구 기자회견 | 자유민주교육국민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9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9·4 공교육 멈춤의 날 당시 재량 휴업을 실시한 교장 및 교육감에 대한 법적 조치 촉구하는 한편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했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조례 예시안은 상호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교육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했다. 학교 구성원 간 민원·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처리·중재 절차도 담았다.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권리만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고려해 지자체의 조례 개정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이다.

조례 예시안은 '기본 원칙'으로 학교 구성원이 상호 권리를 존중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자신의 권리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해 다른 조례와 이 규정이 있을 경우 조례 예시안을 우선 적용한다고도 밝혔다.

학생의 권리와 책임 부문에서 학교 교육활동 전반에 있어 교원의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 등 모든 학교 구성원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리는 총 6개 조문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예를 들면 '자치활동을 통한 학교 운영과 학칙 제·개정에 의견을 개진할 권리' '개인·사회·문화적 배경과 관계없이 균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와 같은 내용이다. '학습부진, 학교폭력, 가정위기 등의 각종 위기상황 극복과 적성, 진로 등 건강한 성장·발달을 위한 적절한 지원'과 '개인정보 보호'도 학생의 권리로 명시했다. 학생이 지켜야 할 책임으로는 '교권과 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를 줄 수 있는 물품을 소지하지 않기' '교육과정(수업) 시간을 준수하기' 등 6가지 조문이다.

교원은 공식적인 창구 이외의 개인 휴대전화를 통한 민원 응대를 거부할 수 있고 근무 시간 외·업무 범위 외 부당한 간섭이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교원은 또 학생이나 보호자에 의해 정당한 교육활동이 침해됐다고 판단하는 경우 학교의 장이나 교권보호위원회에 교육활동 침해 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보호자와 관련해서는 학교의 교육활동·생활지도를 비롯해 교직원과 모든 학생의 권리를 존중할 책임과 함께 가정에서 바람직한 인성교육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보호자는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이나 학생의 권리가 교직원에 의해 침해당했다고 판단하는 경우 학교 내 민원 대응팀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조례 예시안은 교육감과 학교장의 책무도 규정했다. 교육감의 책무에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학교장에 대해선 학교 민원 처리의 책임자로 명시했다.

이와 함께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학교 내 민원 대응팀을 구성해 교사가 직접 민원에 응대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현재 대부분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된 학생들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휴식을 취할 권리' '사생활의 자유' 등은 빠졌다. 교원들 사이에서는 학생인권조례의 이러한 내용 때문에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교사가 제지하기 어렵고 초등학생들의 일기 쓰기 교육도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번 예시안은 교육부가 지난 9월 1일자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생활지도 고시)를 제정·시행한 이후 학계와 함께 마련해 온 것이다. 고시와 충돌하는 학생인권조례 조문을 개정할 때 지침으로 삼도록 한 것이다.

조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정하기 때문에 이번 조례 예시안은 교육부의 안내 사항일 뿐이다. 다만 현재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심의하고 있는 서울과 경기를 비롯해 다른 시도에서도 조례 예시안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상황·여건에 맞춰 조례 예시안의 내용 중 일부는 포함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내용이 더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김기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