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년 앞둔 공수처, 잇따른 내홍

2023-11-30 11:16:56 게재

부장검사 '내부 폭로'에 차장은 명예훼손 고소

앞서 평검사 집단 사의 표명·내부 고발도 나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3년을 앞두고 잇따른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장검사의 '내부 고발성' 언론기고 내용을 두고 공수처 차장이 고소를 예고하고, 감찰도 예정돼 있다. 앞서 퇴사 직원의 내부 고발과 평검사들의 잇따른 사표 등에 이어 공수처장과 차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내분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공수처와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30일자 법률신문에 '정치적 편향과 인사의 전횡'이란 제목으로 게재될 김명석(사법연수원 30기) 인권수사정책관(부장검사)의 칼럼이 공수처 검사 윤리강령 위반이라며 "김진욱 공수처장이 29일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29일 언론에 전한 공지에서 "김진욱 처장은 김명석 부장검사가 기고 내용을 처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채 법률신문에 게재하게 된 과정의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해 감찰을 실시할 것을 인권감찰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검사 윤리강령에는 '직무와 관련된 사항에 관해 수사처 검사의 직함을 사용해 그 내용이나 의견을 기고·발표하는 등 대외적으로 공표할 때는 처장에게 미리 신고한다'고 돼 있다.

김 부장검사는 칼럼에서 '정치적 편향성'의 예로 공수처가 수사한 윤석열 대통령 사건 두 개를 비교했다.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찍어내기 감찰'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차장검사가 수사 경험 없는 어린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하며 '이게 무슨 직권남용이냐'며 미리 찾아놓은 판례 등 혐의를 부정하는 자료들을 건네주며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 시민단체 고발로 2021년 10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입건된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사건에 대해서는 "입건 여부에 부정적 의견을 내면 다른 검사에게 검토를 시키는 식으로 성화를 부려 어쩔 수 없이 입건을 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공수처 인사에 있어서도 "공수처 구성원들은 인력시장에 나와 있는 잡부와 같은 심정으로 지낸다"며 "언제 어디로 팔려 가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향을 잡아줘야 할 처장, 차장 또한 경험이 없으니 잘하는 건 줄 안다. 계속 영장이 기각되는 건 이러한 연유"라며 "차기 공수처장과 차장이 임명되면 부디 그냥 정상적인 조직이 되기만 해도 좋겠다"며 글을 맺었다.

이와 관련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개인 자격으로 김 부장검사를 다른 수사기관에 고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가 언론 기고를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다.

김 부장검사는 2001년 부임해 주로 강력수사를 담당하다가 2016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나왔다. 5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거쳐 2022년 10월 공수처 수사1부장에 임명됐다. 지난달 27일엔 인권수사정책관으로 전보됐다.

여 차장은 "공수처 수사 및 운영 책임자 중 한 명으로서 조직 구성원의 일탈을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해선 지휘 책임을 통감하지만, 불명확한 타인의 전언이나 근거 없는 내용을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없이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고 공무상 비밀을 누설해 개인과 기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린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 최근까지 네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수사력 부족에 대한 거센 비판에 마주하고 있다.

최근 김숙정 검사가 사직서를 낸 것을 계기로 조직 내부가 곪아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는데 이번 언론 기고를 계기로 갈등이 폭발하는 모양새다.

앞서 공수처는 퇴사한 직원들의 내부 고발과 거듭된 실적 부진, 평검사 집단사의 표명 등으로 논란이 됐다.

한편 김 처장과 여 차장은 각각 내년 1월 20일과 1월 28일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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