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 해고 통보 가능

2023-12-04 11:12:17 게재

대법 "부당해고 아냐"

근로기준법 아닌 민법 적용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에서 근로기간의 약정이 없는 계약을 맺었다면 언제든지 해고를 통보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B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임금 지급)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다만 B입주자대표회의가 A씨에게 해고 통보를 한 것은 적법하다고 봤다.

원고 A씨는 지난 2002년 5월부터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 담당 직원으로 근무했다. A씨의 근로계약서에는 '면직 사유가 없을 때는 계속 근로한다'는 조건이 담겨 있었다. 다만 피고인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2017년 4월 아파트 관리 방식을 자치관리 방식에서 외부 업체에 맡기는 위탁관리 방식으로 바꿨다. 기존 경비원들이 퇴사하고 용역업체로 이직해 입주자대표회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됐다.

관리방식 전환에 A씨가 반발해 갈등이 생기자 입주자대표회의는 2017년 6월 A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A씨는 불복해 해고 무효 소송을 냈다.

근로기준법 2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등의 부당해고를 하지 못한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아닌 민법을 적용받는다. 민법 조항은 고용 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1개월이 지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고 정한다.

1·2심 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며 입주자대표회의는 밀린 임금 일부(150만원)만 지급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2심 법원은 아파트 관리방식 전환 과정에 일부 절차적 하자가 있었으나 경비용역계약이나 기존 경비원들의 사직까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해고 통보 시점을 기준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이 됐으므로 민법 규정에 따라 해고를 통보한 입주자대표회의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위탁관리 방식이 불법 파견이라거나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관리법을 어겼다는 주장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해고처분 전 아파트입주자대표(피고)로부터 사직한 경비원 3인을 제외하면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피고는 '상시 근로자수가 5인 이상인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해고처분에 대해 근로기준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A씨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아파트입주자대표가 2017년 6월 9일에 A씨에게 통보한 이 사건 해고처분은 민법상 고용계약의 해지통고로서 유효하다"며 "이 사건 근로계약은 그로부터 1개월 후인 2017년 7월 9일이 경과함으로써 적법하게 종료됐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2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사내도급과 파견근로의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해고의 실체적 요건에 관한 판단을 누락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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